처음 보는 손님이 책 꾸러미를 들고 오셨습니다. 아내가 매주 대신 반납해 주던 책이라고요. 아내가 아파서 이번엔 직접 오셨다고 하셨죠. 반납을 마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이렇게 번거로운 일인 줄 몰랐네요.
늘 거기 있으니까요. 매일 반복되는 일은 눈에 덜 띕니다. 앞서 무뎌진 마음을 적었는데, 익숙함이 감각을 무디게 하는 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더군요. 표현할 기회를 미룹니다. 언제든 말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오늘은 넘어가죠. 가까울수록 기대가 큽니다. 가족이니까, 오래된 친구니까 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 사람의 수고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손님처럼,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얼마나 번거로운지 모르죠.
고마움이 사라진 자리에 서운함이 들어옵니다. 해 주던 걸 안 해 주면 섭섭해지죠. 상대도 지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고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앞서 나만 열심히 하는 것 같은 마음을 적었는데, 곁에 있는 사람이 그 마음일지도 모르죠.
앞서 니체의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를 적었습니다. 니체는 그 책에서 가장 가까운 것들에 좋은 이웃이 되라고 했죠. 먼 것을 좇느라 가까운 것을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요.
곁에 있는 사람도 그 가장 가까운 것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안 보이는 것이요.
매일 비추는 해에 고마워하는 자는 드물다. 그러나 해가 하루만 뜨지 않아도 모두가 그 빛을 안다. 가까운 빛은 사라지기 전에 알아보아라.
그 사람의 하루를 하나 대신해 보십시오. 그 손님처럼요. 직접 해 보면 수고가 보입니다. 작은 것부터 말로 하십시오. "늘 반납해 줘서 고마워." 큰 말보다 구체적인 말이 닿습니다. 당연하다는 말을 지워 보십시오. "당연히 해 주겠지" 대신 "해 줄 수 있어?"로요. 미루지 마십시오.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여긴 말이 가장 오래 미뤄지더군요.
그 손님은 다음 주에도 직접 오셨습니다. 아내가 다 나았는데도요. 이제 반납은 자기가 하기로 했다며, 아내가 읽을 책까지 골라 가셨죠. 아내가 무척 놀라더라고 웃으시더군요.
곁에 있는 사람은 늘 거기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가장 가까운 것부터 다시 알아보고, 고맙다는 말을 미루지 않는 쪽으로 제 하루를 다시 세워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