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답부터 드릴게요. 샷을 하나 더 넣으면 진해지긴 하는데, 손님이 기대하시는 그 방향으로는 잘 안 가요.
이게 카운터에서 설명하기 제일 애매한 것 중 하나예요. 돈을 더 내셨는데 "생각한 맛이 아니네요" 하고 가시는 게 저는 제일 미안하거든요.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커피의 단맛, 신맛, 쓴맛이 다 들어 있어요. 샷을 하나 더 부으면 이 셋이 같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사람 혀는 늘어난 셋 중에서 쓴맛을 제일 먼저 알아채요. 그래서 "진해졌다"보다 "써졌다"로 느끼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저녁에 드시는 분들이 그래요.
물감을 두 배로 짜 넣은 것과 비슷해요. 색이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어두워지죠.
제가 카운터에서 물어보는 순서예요. 위에서부터 해보시고 안 되면 다음으로 가시면 돼요.
순서가 뒤집혀 있는 분이 정말 많아요. 저도 예전엔 무조건 샷부터 넣었거든요. 지금은 얼음부터 봐요.
물론 넣어야 할 때도 있어요.
우유가 들어간 잔이 그래요. 라떼는 우유가 커피를 많이 덮어서, 샷을 하나 더 넣으면 커피 맛이 앞으로 나옵니다. 이건 쓴맛이 아니라 존재감으로 느껴져요. 아이스 라떼는 특히 그렇고요.
반대로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는, 물을 줄이는 걸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돈이면 저는 원두를 바꿔보시라고 권해드려요.
매번 샷 추가를 하시던 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제가 얼음 반만 넣어드릴까요 하고 여쭤봤어요.
그날 이후로 샷 추가를 안 하세요. 맛이 더 낫냐고 여쭤보니 "이게 내가 원하던 거였네요" 하시더라고요. 몇 달을 돌아온 셈이죠.
진한 커피는 커피를 더 넣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물을 덜 넣어서 만드는 거예요.
오늘 커피가 밍밍하셨다면 얼음부터 한번 보세요. 그거 하나로 끝나면 제일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