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다 비어 있는데 컵은 계속 나가는 저녁이 있어요. 몇 해 전에는 없던 풍경이에요.
한번은 자리 여덟 개가 다 비어 있는데 삼십 분 동안 컵이 열두 개 나갔어요.
문이 계속 열리는데 아무도 안 앉으세요. 시키고, 기다리고, 들고 나가세요. 저는 그날 카운터에만 서 있었어요.
매출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날이에요. 그런데 가게가 텅 비어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단골분들께 물어봤더니 답이 몇 가지로 갈렸어요.
두 번째가 좀 재미있어요. 사람이 없으면 안 앉으시고, 사람이 있으면 앉으세요. 그러니까 비어 있으면 더 비게 되는 거예요.
앉아 계셔도 예전보다 짧아요.
예전에는 한 시간, 두 시간씩 계셨어요. 요즘은 삼십 분이면 일어나세요. 회전이 빨라진 건 좋은데, 그러다 보니 얼굴을 익힐 시간이 없어졌어요.
매일 오시는데 이름도 모르고 무슨 커피를 좋아하시는지도 모르는 손님이 늘었어요. 컵만 오가고 사람은 안 남는 느낌이에요.
테이크아웃 손님이 늘면서 저희도 몇 가지 손봤어요.
카운터 앞에 짧게 기다리실 자리를 만들었어요. 서 계시는 동안이라도 한마디 나누려고요. 그리고 컵 홀더에 그날 원두 이름을 적어 드려요. 들고 나가시다가 한 번은 보시니까요.
별거 아닌데 그거 보고 다음에 원두를 사 가시는 분이 생겼어요.
앉아 계시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서 계시는 몇 초가 중요해졌어요.
들고 나가시는 걸 아쉬워하는 얘기로 읽히실까 봐 덧붙일게요.
저희는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바쁘시면 들고 나가시는 게 맞고, 시간이 있으시면 앉으시면 되고요. 한 잔 시키고 오래 앉아 계셔도 눈치 안 주니까 그건 걱정 마세요.
다만 가게가 비어 있어서 못 들어오시는 거면, 그건 좀 아쉬워요. 비어 있을 때 오시면 자리는 제일 좋은 데로 드릴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