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주소가 잘못됐다"는 문자를 받으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링크를 누르지 않고 택배사 앱을 직접 열어 확인하셨다고요. 그 분은 의심이 많은 편이라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십 년 된 친구가 "나 승진했어"라고 했을 때 "진짜?"가 먼저 나왔답니다. 그분은 경계심 때문이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의심과 경계심은 둘 다 상대나 상황을 그대로 믿지 않는 마음입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심스러워집니다. 믿지 않는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의심은 어떤 말이나 일이 사실인지를 믿지 못하는 것이고, 경계심은 상대가 나에게 해를 끼칠까 봐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에는 확인할 내용이 있습니다.
친구의 승진은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게 정말인지가 믿기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의심은 사실이 확인되면 풀립니다. "진짜?" 다음에 축하가 이어지는 것처럼요.
의심과 불신, 회의감과 의심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경계심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경계심에는 막아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
문자의 링크를 누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보다 나에게 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먼저죠. 그래서 경계심은 확인하는 대신 거리를 둡니다. 링크 대신 앱을 직접 연 손이 그 거리입니다.
경계심과 조심성, 경계심과 긴장의 차이도 전에 다뤘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친구의 소식에 경계심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무 위험도 없는 사람을 막아서게 됩니다. 십 년 친구에게는 의심 정도가 맞는 크기였겠지요.
의심이라면 확인하시면 됩니다. 확인이 끝나면 믿으시면 됩니다.
경계심이라면 확인보다 거리를 먼저 두시면 됩니다. 링크를 누르지 않고 공식 경로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 그 거리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쉽게 믿지 않는 것은 같습니다. 나에게 해가 될 수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