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라고만 알고 진하게 볶았다가 단맛이 다 사라졌던 봉지가 있었어요. 가요였어요.
앞서 만델링 얘기를 드렸죠. 산미가 거의 없고 아주 묵직한 결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다 그렇지는 않아요. 수마트라 섬 안에서도 지역마다 갈려요. 가요는 그중 북쪽 고지대예요.
가요는 고도가 높아서 맛이 조금 더 촘촘해요. 향신료 같은 결이 있으면서 초콜릿 쪽 단맛이 같이 와요.
인도네시아 쪽은 독특한 방식을 써요.
껍질을 일찍 벗기고 반쯤 마른 상태에서 이어서 말리는 방식이에요. 습한 지역이라 그렇게 하게 된 건데, 그 과정에서 산미가 많이 깎이고 묵직한 결이 남아요.
가요도 이 방식을 쓰는데, 고도가 높아서 원래 갖고 있던 산미가 조금 남아요. 그래서 만델링보다 밝은 거예요.
이 지역은 소농이 조합을 만들어 같이 가공해요.
그래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물량이 많아요. 페루나 동티모르 얘기할 때랑 같은 구조예요. 인증이 맛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조합이 관리한다는 건 품질이 고르다는 뜻이기도 해요.
봉지에 조합 이름이 적혀 있으면 대개 신경 쓴 물량이에요.
제가 첫 봉지에서 한 실수예요.
인도네시아니까 진하게 볶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러니까 단맛이 다 타버렸어요. 만델링은 진하게 볶아도 버티는데 가요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중간 정도로 볶으시면 초콜릿 결과 향신료 결이 같이 나와요.
나라 이름으로 뭉뚱그리면 그 안의 좋은 걸 놓치게 되더라고요. 인도네시아가 특히 그래요.
중간 정도로 볶은 걸 블랙으로도, 우유에 넣어서도 드셔보세요.
바디가 있어서 우유에 안 묻혀요. 진한 라떼를 좋아하시면 잘 맞아요. 블랙으로 드시면 향신료 결이 더 잘 느껴지고요.
인도네시아 원두가 다 묵직하다고 알고 계셨으면 이쪽을 한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