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들이 요즘 숙소 예약 얘기를 해. 가을 여행철이라 방 잡기가 너무 어렵대. 뉴스에서도 단풍철 숙소가 일찍 다 찼다고 나왔다더라.
한 손님은 몇 주 전부터 알아봤는데 다 찼대. 다른 손님은 예약했다가 날짜를 잘못 눌러서 취소했대. 다들 예약 실패담을 늘어놓았지.
그러다 한 손님이 갑자기 나를 보더니 물었어. "여기 위층에 빈방 있어?"
다들 웃었어. 근데 사실 있어. 객잔 구조 얘기를 전에 적었잖아. 아래층은 밥집이고 위층은 잠자리라고. 우리 객잔 위층엔 대개 빈방이 하나쯤 있어.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 객잔이 떠올랐어. 무협에서 방은 가서 잡아. 예약 같은 건 없어.
날 저물면 객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방 있소?" 하고 물어. 있으면 묵고, 없으면 다음 객잔으로 가. 아니면 마구간 옆에서 자거나. 가을 캠핑 얘기할 때 무협 인물은 노숙이 일상이라고 했는데, 방을 못 잡으면 그렇게 되는 거지.
무협에서 방이 하나밖에 없는 장면은 대개 사건이 돼.
두 일행이 동시에 들어와서 마지막 방을 두고 실랑이를 해. 그러다 칼을 뽑고, 그러다 알고 보니 서로 아는 사이고. 객잔 합석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방이 모자라면 억지로 합방을 해야 하는 경우도 나와. 그게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무협에서 객잔 빈방은 이야기를 만드는 자리야.
나는 객잔 위층 방 하나는 늘 비워두려고 해. 갑자기 오는 손님이 있거든. 길을 잘못 들었거나, 해가 너무 빨리 졌거나, 예약이 다 차서 갈 데가 없거나.
그 방이 비어 있으면 손해일 때도 있어. 근데 누가 문을 열고 "방 있어?" 하고 물을 때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좋아.
여행 가서 방 못 잡아서 고생한 얘기 있으면 들려줘. 객잔 위층은 그런 사람을 위해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