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 모임에서는 한마디도 못 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모임에서는 건배사까지 하셨다고요. 그 분은 자기가 수줍음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십 년 된 친구들 앞에서도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면 얼굴이 빨개진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낯가림과 수줍음은 둘 다 사람들 앞에서 말이 줄고 몸이 움츠러드는 모습입니다.
눈을 덜 마주치고,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자리에서 조용해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낯가림은 낯선 사람 앞에서 경계하며 움츠러드는 것이고, 수줍음은 아는 사람 앞에서도 내가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운 것입니다.
낯가림은 상대가 낯설 때 생깁니다.
처음 보는 사람, 처음 가는 자리에서 몸이 먼저 거리를 둡니다. 그래서 낯가림은 익숙해지면 풀립니다. 세 번째 모임의 건배사가 그 증거입니다. 상대가 낯선 사람에서 아는 사람으로 바뀌자 움츠러들 이유가 사라진 거죠.
수줍음은 상대가 누구냐보다 내가 주목받는 것에 붙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는 나를 가운데에 세웁니다. 친구들이 십 년을 알았어도 그 순간 얼굴이 빨개지죠. 수줍음은 익숙해진다고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드러나는 자리 자체가 부끄러운 거니까요.
수줍음과 소심함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낯가림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처음 모임에서 조용했던 분은 낯가림이었고, 생일 노래 앞의 분은 수줍음이었습니다. 두 분 다 스스로를 반대 이름으로 부르고 계셨던 거겠지요.
낯가림이라면 시간이 할 일을 대신해 줍니다. 몇 번 만나면 풀리는 감정이니 첫 모임에서 조용한 자신을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줍음이라면 시간보다 자리를 보셔야 합니다. 주목받는 자리를 미리 알고 가면 얼굴이 덜 빨개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움츠러드는 것은 같습니다. 아는 사람 앞에서도 그런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