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지갑에서 길쭉한 종이를 꺼내 보여 주셨습니다. 영수증처럼 생긴 종이에 짧은 시가 인쇄돼 있었죠. 기차역에 있는 이야기 자판기에서 뽑았다고요. 기차를 기다리다 버튼을 눌렀는데, 그 시가 마음에 들어 계속 들고 다닌다고 하셨습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버튼을 누르면 짧은 이야기가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는 기계가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도 역이나 도서관, 공공장소에 놓인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르면, 그 길이에 맞는 짧은 소설이나 시가 나오는 방식이라더군요. 돈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하죠. 설치된 곳과 운영 방식은 다양합니다.
시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 손님. 평소 시를 읽지 않는데, 우연히 받은 한 편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고요. 그 시인의 시집을 찾으러 도서관에 왔다고 하셨습니다. 아이와 함께 써 본 이웃. 아이가 버튼 누르는 게 재밌어서 세 번이나 눌렀다고요. 나온 이야기를 집에 가는 버스에서 같이 읽었다고 하시더군요. 출퇴근하는 직장인 손님. 매일 아침 하나씩 뽑아 지하철에서 읽는다고요. 짧은 영상 대신 짧은 글을 읽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걱정이 앞서더군요. 앞서 짧은 영상 때문에 책을 못 읽겠다는 말을 다룬 글이 있는데, 이야기 자판기도 짧은 것만 찾게 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손님들 이야기는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짧은 글 한 장이 긴 책으로 가는 계단이 되더군요. 시를 지갑에 넣고 다니던 손님이 시집을 찾으러 온 것처럼요. 앞서 얇은 책만 손이 가는 이유를 적었는데, 짧은 것에서 시작해 길어지는 길도 있는 셈입니다.
한 장의 문장이 열쇠가 될 때가 있다. 그 열쇠로 연 문 뒤에 한 권의 책이 기다린다.
그 손님께 그 시인의 시집을 찾아 드렸습니다. 지갑 속 그 시가 실린 쪽을 찾아내고는 무척 기뻐하셨죠. 같은 시인데 책 속에서 읽으니 또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짧은 글 한 장이 누군가를 서가로 이끌기도 합니다. 저는 그 한 장을 들고 찾아오는 분들이 다음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그 길 끝의 서가를 잘 채워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