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차라투스트라』 한 쪽에 연필로 밑줄을 그으셨습니다. 그러고는 한참 그 줄만 보셨죠. 오래 미뤄 둔 고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문장이 꼭 자기 얘기 같다고요.
그 줄은 이랬습니다.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의 마지막 장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제자들 앞에서 고백하는 장면이죠.
그는 가장 고요한 시간에 소리 없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 목소리가 속삭였다고요.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 차라투스트라여. 그러나 너는 말하지 않는다. 앞서 영원회귀를 적었는데, 차라투스트라가 알면서 말하지 못한 그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죠.
차라투스트라는 저항합니다.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 말은 내 힘을 넘어선다고요.
그러자 목소리가 대답합니다. 네 열매는 익었다. 그러나 너는 네 열매에 아직 익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말할 준비가 된 것은 다르다는 거죠. 생각은 이미 다 자랐는데, 그 생각을 짊어질 사람이 아직 자라지 않은 겁니다.
이 장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장 고요한 말이 폭풍을 데려온다. 비둘기 발로 오는 생각이 세상을 이끈다.
큰 변화는 시끄럽게 오지 않는다는 거죠. 앞서 조용하면 불안한 마음을 적으며 「가장 큰 사건은 가장 고요한 시간에 온다」는 말을 빌렸는데, 같은 생각이 여기서 장면이 됩니다.
익은 열매를 서둘러 따지 마라. 그 열매를 짊어질 네가 익을 때까지, 고요는 너를 기다려 준다.
장의 끝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울며 제자들을 떠납니다. 다시 고독으로 돌아가죠. 도망이 아니라 자신이 익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제3부에서 그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알면서 말하지 못하는 걸 탓하지 마십시오. 아직 익지 않았을 뿐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을 짊어질 힘을 기르십시오. 혼자 연습하거나, 글로 먼저 써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요한 시간을 일부러 만드십시오. 큰 말은 소음 속에서 익지 않으니까요.
몇 주 뒤 그 손님이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그 말을 하진 못했지만, 편지로 써 보는 중이라고요. 쓰다 보니 조금씩 자기가 그 말에 익어 가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알면서 말하지 못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저는 그 고요를 서두르지 않고 견디며, 그 말을 짊어질 저를 하루씩 익혀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