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타면 저는 창가 자리부터 봅니다. 비어 있으면 무조건 거기에 앉아요.
앉자마자 고개가 창 쪽으로 돌아갑니다. 볼 게 있어서 보는 게 아닌데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창밖에 대단한 게 지나가지는 않습니다.
간판이랑 신호등이랑 걸어가는 사람들이지요. 어제 본 것과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걸 계속 보고 있는걸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오래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잠깐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왜 그러나 생각해봤더니 순서가 반대더군요.
창밖을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데를 안 보려고 창을 보는 겁니다. 폰을 열면 답장할 것들이 있고, 앞을 보면 사람과 눈이 마주치니까요. 창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쪽이에요.
하루를 돌아보면 완전히 비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쉴 때도 뭔가를 보고 있고, 걸을 때도 뭔가를 듣고 있고요. 버스에 앉아 창을 보는 그 이십 분쯤이 유일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인 셈이군요.
그러니 습관이라기보다 남은 자리에 가깝겠지요.
이런 시간에 생각이 정리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정리는 별로 안 됩니다. 오히려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 떠올라요. 몇 년 전 일이라든가 오늘 할 일과 아무 관계 없는 장면 같은 것들이요. 정리가 아니라 그냥 풀어놓는 시간에 가까운걸요.
그래도 내리고 나면 좀 가벼워져 있습니다.
서서 가야 하는 날은 그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런 날은 도착해서도 뭔가 덜 정리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별것 아닌 이십 분인데 없으면 티가 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한 대를 보내고 앉아서 가기도 해요.
늦게 도착하더라도 그편이 나을 때가 있는걸요.
오늘 어디로 가는 길에 창밖만 보고 계셨다면, 그건 딴생각을 한 게 아닙니다.
하루 중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리를 하나 챙기신 거겠지요. 저도 지금 창가에 앉아서 비슷한 걸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