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할 말을 하긴 했는데, 그러고 나서 너무 세게 말한 것 같다고 두 번 되짚더라고.
안 했으면 답답했을 거고 하고 나니 세게 한 것 같고.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 대목이 어렵대. 어디까지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손속이라는 말이 나와.
손에 담는 힘의 세기를 말해. 손속이 맵다고 하면 매섭게 친다는 뜻이고, 손속에 정을 뒀다고 하면 봐줬다는 뜻이지.
중요한 건 이걸 부르는 말이 따로 있었다는 거야. 이름이 있으면 조절할 수 있는 게 되잖아. 세게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로 하느냐가 되는 거지.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에서 봐주는 방식이 정해져 있어.
삼초지약 얘기를 전에 했잖아. 세 초식만 받아준다는 그 약속. 그게 봐주는 걸 눈에 보이게 만든 장치야.
봐줬다는 걸 상대도 알고 구경하는 사람도 알아. 그러니까 진 쪽도 체면이 서고 이긴 쪽도 잔인해 보이지 않지.
거꾸로도 그래. 무림에서 손속을 안 두면 그것도 다 보여.
병기를 뽑았다, 급소를 노렸다, 물러날 길을 막았다. 그러면 이건 봐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지. 비무와 생사결이 다르다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어느 쪽인지가 손속에서 갈려.
그래서 무림인은 시작할 때 이미 알아. 오늘 이게 어디까지 가는 자리인지.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세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약하게 하면 무시당하고. 그 사이 어디쯤이 맞는지를 아무도 안 알려준대. 강호 불문율 얘기랑 또 같은 자리야.
무림은 그걸 손속이라는 말로 잘라놨어. 이름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로 할지를 미리 정할 수 있었지. 지금은 이름이 없으니까 하고 나서 되짚게 되는 거고.
그 손님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하고 나서 재지 말고 하기 전에 어디까지 할지를 정해두라고.
삼초지약이 그거잖아. 세 수까지만 한다고 먼저 말해두는 거. 정해놓고 하면 끝나고 나서 안 되짚어.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가 분명하니까.
기수식 얘기를 전에 했잖아. 첫 동작을 정해두면 나머지가 따라온다고. 손속은 그 반대편이야. 어디서 멈출지를 정해두는 것.
어디까지 할지 모르겠으면 여기서 한 번 해봐. 세기는 내가 봐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