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늘 아무 일도 없다면서 앉았어. 그런데 삼십 분 만에 일어나더라고.
할 게 없어서 나왔는데 앉아 있으려니 또 불편했던 것 같아.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비는 시간이 제일 힘들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생각보다 한가해.
싸우는 장면은 몇 쪽인데 이동하는 대목은 며칠이야. 백 리를 걷는 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객잔에서 며칠 묵기도 하고, 비 오면 하루를 그냥 보내기도 하고.
그러니까 무림인 인생의 대부분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시간이야.
무협이 이걸 어떻게 채우냐면, 대충 정해져 있어.
세 번째가 객잔에서 하는 거고. 세 개 다 공통점이 있어. 딱히 뭘 이루려는 게 아니야. 그냥 손이랑 시간을 쓰는 거지.
여기가 핵심인 것 같아. 아까 그 손님은 비는 시간을 채워야 하는 걸로 놓고 있었어.
그러니까 앉아 있는 게 낭비처럼 느껴지지. 조식 얘기를 전에 했잖아. 앉아 있는 걸 버리는 시간으로 셈하니까 아까운 거라고. 소일도 비슷해.
무림인은 그 시간을 채우려고 안 했어. 병기를 손질하는 게 병기를 위해서만은 아니거든. 손이 뭔가 하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가니까 그러는 거지.
이 말 자체가 그래. 소일이라는 게 날을 보낸다는 뜻이야. 보내는 게 목적인 일이지.
그래서 잘할 필요가 없어. 늘지 않아도 되고, 남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무협에서 인물이 낚시를 하거나 바둑을 두거나 나무를 깎는 장면이 나오면 그건 실력 얘기가 아니야.
뭘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에 마음이 어디 있는지가 그 장면의 내용이야.
그 손님한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삼십 분이면 삼십 분인 거지.
다만 객잔에서 오래 앉는 손님이 제일 많이 시킨다는 얘기를 내가 자주 하잖아. 그건 장사 얘기만은 아니야. 오래 앉는 사람은 대개 그날 뭔가를 넘기고 있는 거더라고.
할 게 없으면 그냥 앉아 있다 가. 그것도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