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봉지의 SL28을 가리키며 등급이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등급이 아니라 품종이에요.
옛날에 케냐에 커피를 연구하던 곳이 있었어요. 거기서 골라낸 나무에 번호를 붙였어요.
SL은 그 연구소 이름의 약자고, 뒤의 숫자는 몇 번째 골라낸 나무인지예요. 그중 SL28과 SL34가 지금까지 널리 쓰여요.
앞서 케냐 편에서 자몽이나 토마토 같은 산미 얘기를 드렸죠.
그 결이 이 품종에서 나와요. 토양과 고도도 작용하지만 품종이 큰 자리를 차지해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SL28을 길러도 비슷한 결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거꾸로 말하면, 케냐 원두인데 이 품종이 아니면 그 산미가 덜할 수 있어요.
케냐 봉지에는 표기가 여러 개 붙어요.
앞서 말씀드린 AA나 AB는 알 크기 등급이에요. SL28이나 SL34는 품종이고요. 둘은 아예 다른 얘기인데 나란히 적혀 있어서 헷갈리세요.
세 번째도 요즘 자주 보여요. 병에 강해서 농가에는 좋은데, 맛은 SL 계열보다 단순하다는 평이 많아요.
이 얘기는 붙여야 할 것 같아요.
SL28이라고 적혀 있어도 관리가 나쁘면 소용없어요. 앞서 여러 번 말씀드린 대로 로스팅 날짜가 먼저고, 지역과 가공 방식이 그다음이에요.
다만 케냐 특유의 결을 찾으신다면 이 표기가 있는 쪽이 확률이 높아요.
품종 번호는 그 나라가 무엇을 골라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더라고요.
옅게에서 중간 정도로 볶은 걸 블랙으로 드셔보세요.
물 온도를 조금 낮추시면 산미가 덜 날카롭게 나와요. 그리고 뜨거울 때랑 식은 다음을 비교해보시면 단맛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케냐 원두를 사실 거면 봉지에서 이 표기를 한 번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