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을 읽는 동안 사전을 아홉 번 여신 분이 있었습니다. 다 찾으시고는 무슨 얘기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성실하게 읽으신 겁니다. 다만 그 방식으로는 문장이 안 이어집니다.
낱말을 찾으면 그 뜻은 알게 되죠. 대신 그동안 앞 문장이 머리에서 빠져나갑니다.
한 쪽에 아홉 번이면 아홉 번 끊긴 겁니다. 그러면 낱말은 아홉 개 얻고 문단 하나를 잃죠.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전부 찾을 필요도, 전부 넘길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가릅니다.
그 문장의 주어나 서술어면 찾습니다. 그게 막히면 문장 자체가 안 서니까요.
반복해서 나오면 찾습니다. 세 번째 나오면 그건 이 책의 열쇠말입니다. 뒤에도 계속 나올 테니 여기서 해결하시는 게 낫죠.
나머지는 표시만 하고 넘깁니다. 밑줄이든 점이든 표시해두고 그냥 가시면 됩니다.
넘기는 게 불안하실 텐데, 실제로 해보면 상당수가 저절로 풀립니다.
글은 같은 개념을 여러 번 다르게 말하거든요. 처음엔 어려운 말로, 나중엔 쉬운 말로요. 앞서 SF 얘기에서 적었듯 저자가 그렇게 배치해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장이 끝나고 표시한 데를 돌아보시면 절반쯤은 이미 아시게 됐을 겁니다. 나머지만 그때 찾으시면 되죠.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분야는 낱말이 많이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앞서 한 분야를 처음 공부하는 순서에서 첫 권의 목적이 낱말을 익히는 것이라고 적었는데, 그 단계에서는 찾는 게 맞습니다. 다만 그때는 읽는 게 아니라 익히는 시간이라고 정하고 하시는 게 낫죠.
읽는 시간과 익히는 시간을 섞으면 둘 다 안 됩니다.
모르는 말을 안고 가는 힘이 읽는 속도를 만든다. 사전이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저는 표시만 하고 한 장을 끝까지 가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와 보니 네 개는 이미 아시게 됐더군요. 다섯 개만 찾으셨고, 그날은 무슨 얘기였는지도 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