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 동호회에서 자기소개 차례가 다가오자 손을 무릎 위에서 계속 비비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부끄러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자기소개를 하다가 동호회 이름을 잘못 말해 다들 웃자 얼굴이 빨개지셨답니다. 그분은 수줍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수줍음과 부끄러움은 둘 다 남 앞에서 마음이 움츠러드는 감정입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을 피하고,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겉모습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수줍음은 나를 드러내기 전에 남의 눈길이 쑥스러워 머뭇거리는 감정이고, 부끄러움은 무언가가 드러난 뒤에 스스로 낯이 뜨거워지는 감정입니다.
수줍음은 앞에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곧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쑥스럽죠. 무릎 위의 손이 그 머뭇거림입니다. 그래서 수줍음은 잘못한 것이 없어도 옵니다.
수줍음과 소심함, 낯가림과 수줍음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뒤에 있습니다.
이름을 잘못 말한 실수가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 낯이 뜨거워진 거죠. 그래서 부끄러움에는 대개 드러난 무언가가 있습니다. 실수일 수도 있고, 감추고 싶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의 차이도 전에 다뤘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수줍음을 부끄러움이라고 부르시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한 사람처럼 움츠러들게 됩니다. 자기소개를 기다리던 그 손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겠지요.
수줍음이라면 그냥 지나가게 두셔도 됩니다. 첫 문장을 말하고 나면 대개 풀립니다.
부끄러움이라면 드러난 것이 무엇인지 보시면 됩니다. 동호회 이름 하나였다면 함께 웃고 넘어갈 크기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움츠러드는 것은 같습니다. 무언가가 드러나기 전인지 뒤인지만 보시죠.
정확히 부르는 것만으로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