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이걸 물었대요.
강미연 그거 결국 컴퓨터 안에 있는 거잖아, 복사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조카가 웃더라고요.
박예슬 사진도 복사되고 노래도 복사되잖아요. 이건 왜 안 되는 건가요?
복사가 안 되는 게 아니래요. 복사해 봐야 소용이 없는 거라던데요.
여기가 뒤집히는 대목인 거예요. 저는 여태 거꾸로 알고 있었던 셈이죠.
우리는 코인이 내 기계 안에 파일로 들어 있는 줄 알잖아요. 그게 아니래요. 코인은 여럿이 같이 보는 장부에 누구 몫이 얼마라고 적혀 있는 줄인 셈이죠.
앞서 지갑이 뭔지 알아본 날에 지갑 안에 코인이 든 게 아니라 열쇠가 들어 있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때 흘려들었는데 여기서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알겠더라고요.
예슬이가 좋은 말을 했어요.
박예슬 관리사무소 명단을 집에서 한 장 더 복사해 봐야 우리 집이 두 채가 되지는 않잖아요.
그게 딱이에요. 앞서 주식 보관을 알아본 날에도 명단 얘기가 나왔잖아요. 종이가 아니라 명단에 적혀 있는 거라고요.
코인도 그런 자리인 셈이죠. 내가 손에 든 걸 몇 장을 복사하든 다들 보는 그 명단이 안 바뀌면 아무 뜻이 없는 거예요.
그럼 복사한 걸로 두 군데에 동시에 내면 어떻게 되느냐.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장부에 적힐 때 순서가 있대요. 앞엣것이 적히고 나면 뒤엣것은 이미 나간 몫이라 안 받아들여진다는 거예요. 그걸 여기저기서 나눠 들고 맞춰 보니까 거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서 코인을 캐는 회사를 알아본 날에 새 기록이 규칙에 맞는지 맞춰 보고 한 줄 얹는 게 그 일이라고 했잖아요. 그 맞춰 보는 일이 바로 이걸 막으려고 있는 셈이죠. 그 일에 삯을 주는 까닭이 여기 있었던 셈이죠.
앞서 교육 회사를 알아본 날에 한 번 찍어 두고 여러 번 파는 쪽이 있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거기서는 복사가 곧 장사인 거예요. 하나 만들어 열 집이 봐도 만드는 수고는 그대로니까요. 그런데 여기는 복사가 아무 뜻이 없는 셈이죠. 복사되면 안 되는 물건을 복사되는 곳 위에 만든 거예요.
그래서 복사를 못 하게 막은 게 아니라, 누가 갖고 있는지를 다 같이 적어 두게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막는 대신 적어 두는 쪽을 고른 셈이죠.
내 기계 안에 든 파일이 아니라 여럿이 보는 장부에 적힌 줄이라는 것, 그래서 복사해도 명단이 안 바뀌면 뜻이 없다는 것, 그리고 같은 몫을 두 번 쓰지 못하게 맞춰 보는 일에 삯이 붙어 있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