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친정 얘기를 하다가 이걸 꺼냈어요.
강미연 친정에 종이로 된 주권이 한 장 액자에 걸려 있었대요.
박예슬 그럼 지금 제가 산 건 어디에 있는 건가요? 증권사가 갖고 있는 건가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알아보니 종이는 이제 없고 명단에 적혀 있는 셈이죠.
아파트를 생각해 보세요. 관리사무소가 전체 명단을 들고 있잖아요. 그리고 동마다 반장이 그 동 사람 명단을 따로 들고 있고요.
주식도 그렇게 두 겹이래요. 한군데 모아서 전체를 적어 두는 데가 있고, 증권사는 그 아래에서 자기 손님 몫을 적어 두는 셈이죠.
그러니까 내가 산 건 증권사 금고에 종이로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명단에 내 이름과 몫이 적혀 있는 거예요. 앞서 증권 회사가 대신 다녀오는 심부름꾼이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심부름꾼이 물건을 쟁여 두는 게 아니라 명단을 들고 있는 거였던 셈이죠.
이게 저는 신기했어요. 증권사를 바꿔도 그대로 옮겨 가잖아요.
동 반장이 바뀌어도 관리사무소 명단은 그대로인 것과 같은 거예요. 반장 수첩만 넘겨주면 되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증권사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앞서 증권 회사를 알아본 날에 심부름꾼이 자기 장사도 하니까 갈라 두라는 규칙이 붙는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여기가 그 규칙이 제일 크게 쓰이는 자리인 거예요.
손님 몫은 회사 살림하고 섞이지 않게 따로 적어 두게 돼 있대요. 그래서 회사가 잘못돼도 그 명단은 남는 셈이죠. 거기에 더해 일정 부분은 돌려받게 해 둔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 대목에서 예슬이가 좋은 걸 물었어요. 코인 지갑이랑 같은 거냐고요.
정반대인 거예요. 앞서 코인 상속을 알아본 날에 장부는 서류를 안 보고 열쇠만 본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열쇠를 든 사람이 임자라고요.
여기는 열쇠가 아니라 명단에 적힌 사람이 임자인 거예요. 그러니까 잃어버릴 열쇠가 없고, 대신 그 명단을 들고 있는 데를 믿어야 하는 셈이죠. 코인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 날에 나온 걱정이 여기서는 규칙으로 덮여 있는 거예요.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은 저희가 못 해요. 다만 잃어버려도 찾을 데가 있느냐로 갈린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종이가 아니라 명단에 적혀 있다는 것, 그 명단이 한군데 모아 둔 데와 증권사 두 겹으로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열쇠를 든 사람이 임자인 쪽과 명단에 적힌 사람이 임자인 쪽이 아주 다르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