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스팩이라는 게 있는데 하는 일이 없는 회사래요. 그런데 자리에는 올라가 있다던데요.
박예슬 하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올라가나요? 뭘 보고 사고파는 건데요?
저도 그게 걸렸어요. 그런데 빈 그릇으로 옮기니까 풀리는 셈이죠.
김장을 하려면 통부터 사잖아요. 그런데 통을 먼저 사 놓고 뭘 담을지는 나중에 정하는 집도 있는 거예요.
이게 그런 자리래요. 돈을 먼저 모아서 이름만 있는 회사를 하나 만들고, 그 회사를 자리에 올려 두는 셈이죠. 안에는 모은 돈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합칠 회사를 찾는대요. 찾아서 합치면 그 회사가 이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는 거예요. 그릇은 먼저 있고 담을 건 나중에 오는 셈이죠.
앞서 공모주가 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회사가 자리에 올라가려면 밟을 게 많고 오래 걸린다고요.
그런데 이미 올라가 있는 그릇에 합쳐 들어가면 그 절차를 짧게 지날 수 있대요. 작은 회사 쪽에서는 그게 반가운 셈이죠. 남의 집 자리에 얹혀 이사 들어가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미연 그릇을 만든 사람들은 합쳐 줄 회사를 찾아 주고 몫을 받는대요.
미연 언니가 여기서 옛날 계 얘기를 꺼냈어요. 뭘 살지는 나중에 정하자던 모임이 결국 흐지부지됐다고요.
그래서 이건 기한을 정해 둔대요. 몇 해 안에 합칠 회사를 못 찾으면 모은 돈을 도로 돌려주게 해 뒀다는 거예요. 계가 흐지부지될 때 돈이라도 돌려받게 미리 적어 둔 셈이죠.
그러니까 빈 채로 끝나는 것도 적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릇만 있다가 접히는 거예요.
들어갈 때는 무엇과 합칠지 모르는 채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무엇과 합칠지를 정하는 건 그 그릇을 만든 사람들인 셈이죠. 앞서 주주총회를 알아본 날에 정하는 자리가 어디냐를 봤잖아요. 여기서는 그 자리가 처음부터 만든 쪽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합치기로 한 게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들었어요. 그때 빠져나올 길을 어떻게 열어 뒀는지가 그릇마다 다르대요. 다만 어느 그릇이 어떤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담을 걸 정하고 그릇을 사는 게 아니라 그릇을 먼저 사 두는 자리라는 것, 그래서 절차를 짧게 지나려는 회사가 여기로 들어온다는 것, 그리고 기한 안에 못 찾으면 도로 돌려주게 해 뒀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