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정육점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고기 포장지에 붙은 이력 번호를 찍어 보니 어느 농장 소인지 나오더라고요. 조카가 비체인이 그런 걸 하려는 코인이래요.
박예슬 코인이 고기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건 나라에서 하는 거 아니에요?
알아보니 고기 이력은 나라가 하는 게 맞는 거예요. 비체인은 그 비슷한 일을 코인 장부로 하겠다는 셈이죠. 물건이 어디서 만들어져 어디를 거쳐 왔는지를 고쳐 쓰기 어려운 장부에 적어 두는 구조인 거예요.
부엌으로 옮기면 소고기 이력 번호 같은 거예요. 소가 태어나서 어느 농장에 있다가 어디서 손질돼 정육점에 왔는지 번호 하나로 따라가잖아요. 손님은 번호만 찍으면 되는 셈이죠.
비체인은 그걸 고기 말고 다른 물건에도 붙이겠다는 거래요. 비싼 가방이나 술, 약 같은 걸 예로 든다고 들었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라가 보게 하는 셈이죠.
앞서 코인 장부가 왜 고쳐 쓰기 어려운지 알아본 날에 한 번 적은 건 지우기 어렵다고 했잖아요. 이력을 적는 데엔 그게 쓸모가 있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장부에 적혀 있으면 다 믿어도 되는 거예요?
그게 아니래요. 장부는 적힌 걸 못 고치게 지켜 줄 뿐이래요. 처음에 누가 거짓을 적으면 거짓이 그대로 남는 셈이죠.
정육점 사장님이 다른 소 번호를 붙여 놓으면 번호는 멀쩡해도 고기는 다른 거잖아요. 그래서 물건에 붙이는 표나 칩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같이 따라붙는 얘기라고 들었어요.
강미연 비체인은 코인이 둘이래요. 하나를 갖고 있으면 다른 하나가 생긴대요.
조카 말로는 하나는 비체인 그 자체고, 다른 하나는 장부를 쓸 때 내는 수수료용이래요. 비체인을 쥐고 있으면 수수료용이 조금씩 생긴다고 들었어요.
장독을 갖고 있으면 간장이 조금씩 우러나는 것과 같은 셈이죠. 독은 그대로 두고 우러난 간장으로 반찬을 하는 거예요. 큰 회사들이 이 장부를 얼마나 실제로 쓰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비체인은 물건 이력을 고쳐 쓰기 어려운 장부에 적겠다는 코인이라는 것, 장부는 적힌 걸 지켜 줄 뿐 처음에 바르게 적었는지는 따로라는 것, 코인이 둘이라 하나를 쥐면 수수료용이 생긴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