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마트 영수증을 펼쳐 보였어요.
강미연 세제랑 기저귀랑 면도날을 담았는데, 계산대에서 보니까 다 같은 회사래요. 남편 말로는 P&G라는 데래요.
박예슬 세제 회사가 기저귀도 만들어요? 이름이 다 다르던데요.
알아보니 그런 거예요. 세제, 기저귀, 면도기, 치약처럼 날마다 쓰는 물건을 만들고, 물건마다 이름을 따로 키우는 회사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반찬마다 이름표를 따로 붙이는 큰 반찬가게 같은 거예요. 김치는 김치대로, 장아찌는 장아찌대로 이름을 붙여서 각각 단골을 만드는 셈이죠.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이 회사가 이름마다 따로 맡는 사람을 두는 방식을 일찍부터 했대요. 이름 하나를 가게 하나처럼 키우는 거예요. 앞서 LVMH를 알아본 날에 이름을 여럿 거느린다고 했잖아요. 이쪽은 명품이 아니라 날마다 쓰는 물건으로 그걸 하는 셈이죠.
박예슬 그래도 이런 물건은 어디서나 팔잖아요. 왜 꼭 그 회사 걸 사요?
세제나 치약은 한 번 정하면 잘 안 바꾸잖아요. 써 보니 괜찮으면 그냥 계속 사는 셈이죠. 기저귀도 아기한테 맞는 걸 찾으면 잘 안 바꾸는 거예요. 미연 언니 장바구니에 같은 회사 물건이 세 개나 들어간 것도 그런 습관이 쌓인 셈이죠. 한 번 손에 익으면 손이 먼저 가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물건은 살림이 어려워도 안 살 수가 없대요. 앞서 네슬레를 알아본 날에 분유처럼 끊기 어려운 걸 판다고 했잖아요. P&G도 그런 물건이 많아서 덜 흔들린다고 들었어요.
강미연 남편 말로는 이 회사가 광고를 엄청 많이 한대요. 텔레비전 드라마를 비누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도 비누 회사들 광고에서 나왔대요.
이름을 계속 떠올리게 해야 손님이 안 바꾸는 셈이죠. 그런데 마트 자체 상표가 싸게 나오면 손님이 옮겨 가기도 한대요. 그 사이를 얼마나 지킬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P&G는 세제, 기저귀, 면도기처럼 날마다 쓰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 물건마다 이름을 따로 키워 단골을 만든다는 것, 끊기 어려운 물건이라 덜 흔들리지만 광고로 이름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