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설거지하다가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뉴스에서 어느 회사는 PER이 높대요. 그게 비싸다는 뜻이래요.
박예슬 높으면 비싼 거예요? 뭐에 비해서 높다는 건데요?
찾아보니 뜻은 단순한 거예요. 회사 전체 값을 그 회사가 한 해에 남기는 돈으로 나눈 숫자인 거예요. 지금 값이 한 해 벌이의 몇 해 치냐를 보는 셈이죠.
예슬 씨가 동네 반찬가게 권리금을 물어본 적이 있대요.
박예슬 그때 제가 제일 먼저 물은 게 그거잖아요. 몇 해 장사해야 그 돈이 나오냐고요.
그게 딱 PER인 거예요. 한 해에 남는 돈이 있고, 가게를 넘겨받는 값이 있잖아요. 넘겨받는 값이 한 해 남는 돈의 열 배면 열 해 치를 미리 치르는 셈이죠.
앞서 영업이익을 알아본 날에 매출에서 이것저것 빼고 남는 걸 봤잖아요. PER에서 쓰는 건 거기서 이자랑 세금까지 다 뺀 순이익인 거예요. 진짜로 손에 남는 돈을 기준으로 삼는 셈이죠.
여기서 예슬 씨가 또 잘랐어요.
박예슬 그럼 낮은 데를 고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알고 보니 그게 아닌 거예요. 반찬가게로 치면 어느 해 김장철 주문이 몰려서 유난히 많이 남은 집이 있잖아요. 그해 벌이로 나누면 값이 싸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해에 그만큼 안 남으면 그건 착시였던 셈이죠.
앞서 반도체 회사가 왜 그렇게 흔들리는지 알아본 날에 벌이가 계단처럼 오르내린다고 했어요. 그런 업종은 제일 잘 벌 때 PER이 오히려 낮아 보이는 셈이죠. 나누는 쪽이 커지니까 말이에요.
반대로 높은 건 사람들이 앞으로 더 벌 거라고 보고 미리 얹어 준 값이라고 들었어요.
강미연 남편 말로는 새로 크는 회사들은 원래 높게 나온대요.
아직 손님이 적은 새 가게를 권리금 두둑이 주고 넘겨받는 것과 같은 거예요. 지금 벌이로 나누면 말이 안 되는 값인데, 손님이 늘 거라고 믿으니까 치르는 셈이죠. 그 믿음이 맞을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리고 한 해 남은 게 없는 회사는 아예 이 숫자가 안 나오는 거예요. 나눌 게 없으니까 말이에요.
반찬가게 권리금이랑 약국 권리금을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싸다고 하진 않잖아요. 장사 방식이 다르니까요. PER도 같은 일 하는 회사끼리 견줘야 뜻이 있는 거예요.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이에요. PER은 몇 해 치를 미리 치르느냐는 자라는 것, 낮아도 그해만 반짝 번 거면 착시라는 것, 높은 건 앞날을 미리 쳐준 값이라는 것.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