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남편한테 들은 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삼성전기 뉴스에 MLCC라는 게 늘 붙어 나온대요. 쌀알보다 작은 부품이래요.
박예슬 그렇게 작은 게 왜 뉴스에 나와요? 뭘 하는 건데요?
알아보니 우리말로는 적층 세라믹 콘덴서래요. 어려운 이름인데 하는 일은 단순한 거예요. 전기를 잠깐 받아 뒀다가 고르게 내보내는 부품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대야 같은 거예요. 수돗물이 콸콸 나왔다 졸졸 나왔다 하면 설거지가 들쭉날쭉하잖아요. 대야에 받아 두면 물이 모자랄 때 거기서 떠 쓰는 셈이죠.
전자제품 안의 전기도 그렇대요. 흐름이 출렁이면 기계가 헷갈리니까, 곳곳에 작은 대야를 놓아 두는 거예요. 그게 MLCC인 셈이죠.
미연 언니 남편이 고장 난 휴대폰 기판 사진을 보여 줬대요.
강미연 여기 깨알같이 박힌 게 다 그거래요. 손톱으로 짚어도 한 번에 여러 개가 걸린대요.
휴대폰 하나에도 셀 수 없이 많이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이름에 적층이 붙은 건 얇은 층을 여러 겹 쌓아 만들어서래요.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말이에요.
박예슬 휴대폰에만 들어가는 거예요? 그럼 휴대폰 안 팔리면 끝 아닌가요?
그게 아니래요. 뉴스에서는 전기차랑 인공지능 서버 얘기가 같이 나온대요. 전기를 많이 쓰고 복잡한 기계일수록 대야도 많이 놓아야 하는 셈이죠.
게다가 차에 들어가는 건 더 튼튼해야 한대요. 추운 데서도 더운 데서도 오래 버텨야 하니까 말이에요. 같은 대야라도 장독대에 내놓는 건 더 두꺼워야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삼성전기는 이름 때문에 삼성전자랑 헷갈리는데 다른 회사래요. MLCC 말고도 휴대폰 카메라 모듈이나 반도체를 얹는 기판도 만든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 부품은 일본 회사 무라타 이름이 같이 나온대요. 몇 안 되는 회사들이 나눠 만드는 장사인 셈이죠.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MLCC는 전기를 잠깐 받아 두는 작은 대야라는 것, 복잡한 기계일수록 많이 들어간다는 것, 삼성전기는 그걸 만드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라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