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한국항공우주라는 데가 나오는데 어느 나라에 넘기기로 했다는 얘기가 붙더라고요.
박예슬 비행기를 파는 거잖아요. 넘기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래요. 넘긴 다음이 훨씬 길다는 거예요.
미연 언니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면서 이 둘은 사는 방식이 아예 다르다고 했어요.
김치냉장고는 사서 들여놓으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그런데 정수기는 놓고 나서가 시작인 셈이죠. 몇 달마다 사람이 와서 갈아 주고 봐 주고, 그 값을 매달 내잖아요.
비행기는 정수기 쪽이래요. 넘기고 나서 몇십 년을 같이 가는 셈이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답이 간단하더라고요. 하늘에 떠 있는 물건이라 고장 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몇 시간 날았는지를 세어 두고, 정해진 때가 되면 멀쩡해 보여도 뜯어서 갈아야 한대요. 우리가 차 타면서 얼마 타면 오일 갈듯이요. 다만 그게 훨씬 촘촘하고 안 지키면 아예 못 뜬다는 거예요.
그 갈아 끼울 부품을 아무 데서나 못 구하잖아요. 만든 데가 계속 대 줘야 하는 셈이죠. 손볼 사람도 그 회사가 가르친 사람이어야 하고요.
박예슬 그럼 한 번 사면 그 회사한테 계속 매여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있었어요. 비행기만 넘기는 게 아니라 그걸 다룰 사람을 가르치는 것까지 묶어서 판대요.
우리 집에 새 기계가 들어오면 쓰는 법을 배워야 하잖아요. 그거랑 같은 건데 여기는 배우는 데만 몇 해가 걸린다는 셈이죠. 그래서 나라끼리 얘기가 오갈 때 비행기 몇 대가 아니라 가르치는 것까지 한 묶음으로 정한다고 들었어요.
앞서 무기 만드는 회사들을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때는 무엇을 만드는지를 봤는데, 여기는 넘긴 뒤에 뭐가 이어지는지가 다른 자리인 거예요.
파는 쪽에서 보면 이게 좋은 자리인 거예요. 한 번 들어가면 몇십 년 치 일이 같이 정해지는 셈이니까요.
대신 그 한 번을 따내기가 오래 걸린대요. 나라가 사는 물건이라 정하는 데만 몇 해가 걸리고, 정하고 나서 만드는 데 또 몇 해가 걸린다는 거예요. 앞서 배 한 척 짓는 데 몇 해가 걸린다는 얘기를 알아본 적이 있는데 같은 짜임인 셈이죠.
그러니까 이런 회사 얘기는 늘 몇 해 단위로 나오는 거예요. 다만 지금 어디까지 얘기가 됐는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넘기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그때부터 몇십 년 같이 가는 물건이라는 것, 부품과 손볼 사람과 가르치는 것까지 만든 데가 계속 댄다는 것, 그래서 한 번 정해지기까지 오래 걸리고 정해지면 오래 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