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남편이 보던 영상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남편이 영상을 멈추고 칩 밑에 깔린 초록 판을 짚더라고요. 그걸 만드는 데가 이수페타시스래요.
박예슬 그 판이 그렇게 중요해요? 칩이 일을 다 하는 거 아닌가요?
알아보니 칩이 혼자 일하는 게 아닌 거예요. 칩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길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 길을 판 위에 층층이 깔아 주는 기판을 만드는 회사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찬합 같은 거예요. 한 칸짜리 도시락에는 반찬을 몇 가지 못 담잖아요. 칸을 층층이 쌓으면 같은 자리에 훨씬 많이 담는 셈이죠.
기판도 그렇대요. 얇은 판에 길을 그리고, 그 위에 또 판을 얹고 또 길을 그려서 여러 층으로 쌓는대요. 층과 층 사이는 작은 구멍으로 잇는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다층 기판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박예슬 그냥 판을 크게 만들면 안 돼요?
크게 만들면 길이 길어지잖아요. 길이 길면 신호가 늦어지는 셈이죠. 그래서 넓히지 않고 위로 쌓는 거래요. 앞서 HBM을 알아본 날에도 옆으로 늘어놓지 않고 위로 쌓는다고 했잖아요. 같은 생각인 거예요.
강미연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판은 층이 훨씬 많대요. 그래서 이 회사 이름이 같이 나온대요.
칩이 많고 주고받는 신호가 많으면 길도 많이 깔아야 하잖아요. 찬합 칸이 많아질수록 칸 사이가 새지 않게 맞추기 어려운 것과 같은 셈이죠. 층이 많을수록 만들기 어렵고, 잘 만드는 데가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이 판을 사 가는 데가 미국 큰 회사들 쪽이래요. 앞서 한미반도체를 알아본 날에 사 가는 곳이 몇 군데 안 되는 장사라고 했잖아요. 이것도 그런 쪽인 셈이죠.
큰 손님 몇 집이 서버를 많이 들이면 판도 많이 나가는 거예요. 그 손님들이 들이는 걸 줄이면 판도 덜 나가는 셈이죠. 앞서 MLCC를 알아본 날의 그 대야처럼, 이것도 칩 옆에서 같이 바빠지는 부품인 거예요.
누가 얼마나 사 가는지, 다른 회사들이 얼마나 따라오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이수페타시스는 칩이 앉는 판을 층층이 만드는 회사라는 것, 인공지능 서버일수록 층이 많아 만들기 어렵다는 것, 사 가는 큰 손님 사정을 같이 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