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재고가 몇 번 돌았느냐를 본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앞서 재고를 알아봤잖아요. 얼마 쌓였나를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쌓인 양만으로는 모른다는 거예요. 몇 번 비웠다 채웠나를 세는 셈이죠.
미연 언니가 김치통이 한 해에 몇 번 비었나를 세면 그 집 살림이 보인다고 했어요. 그게 딱 들어맞는 얘기인 거예요.
통이 늘 가득한 집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잘 먹어서 계속 채우는 건지, 안 먹어서 그대로 있는 건지는 쌓인 양만 봐서는 모르는 셈이죠.
그래서 한 해에 팔려 나간 것과 광에 있는 것을 견줘 보는 거예요. 자주 비었으면 잘 돌고 있는 거고, 좀처럼 안 비었으면 묶여 있는 셈이죠.
앞서 재고를 알아본 날에 안 팔린 물건이 사 온 값으로 광에 적혀 있다고 했잖아요. 안 팔리는 동안은 장부가 멀쩡해 보인다고요.
그리고 운전자본을 알아본 날에 광에 쌓인 게 묶인 돈이라고 했어요. 그 둘을 합치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광이 클수록 장부는 멀쩡해 보이고 통장은 마른다는 셈이죠.
그러니까 몇 번 돌았나를 세면 그 둘을 한 번에 보는 거예요. 자주 돌면 묶인 돈이 적게 드니까요.
박예슬 그럼 빨리 돌수록 좋은 건가요?
그게 또 아니라고 들었어요.
너무 빨리 돌면 주문이 왔을 때 댈 게 없잖아요. 앞서 단체급식 회사를 알아본 날에 크게 묶어 사면 싸게 온다고 했어요. 광을 너무 비워 두면 그 싸게 오는 것도 못 하는 셈이죠.
우리 집으로 치면 김치가 늘 모자라서 자꾸 조금씩 담그는 것과 같은 거예요. 번거롭고 한 번에 담글 때보다 손이 더 가잖아요.
며칠 못 가는 물건을 다루는 데는 자주 돌아야 하잖아요. 앞서 대형마트를 알아본 날에 채소나 고기는 값을 내려서라도 내보내야 한다고 했어요.
반대로 오래 두어도 되는 물건은 천천히 돌아도 되는 셈이죠. 앞서 주류 회사를 알아본 날에 무거워서 멀리 못 간다고 했는데, 그런 물건은 가까이에 쌓아 두는 게 오히려 맞는 거예요.
그리고 아예 광이 없는 장사도 있잖아요. 앞서 광고 회사나 증권 회사를 알아본 날에 남의 것을 대신 해 주는 자리라고 했어요. 그런 데는 이 자를 쓸 데가 없는 셈이죠. 그러니까 같은 일 하는 데끼리 봐야 하는 거예요.
쌓인 양이 아니라 몇 번 비웠다 채웠나를 세는 자라는 것, 자주 돌면 묶인 돈이 적게 든다는 것, 그리고 너무 빨리 도는 것도 대 줄 게 없어지는 걱정이 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