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재고가 쌓였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안 팔린 거면 손해잖아요. 그럼 장부에 손해로 적혀 있는 건가요?
그게 아니래요. 손해가 아니라 광에 있는 것으로 적혀 있는 셈이죠.
앞서 감사보고서를 알아본 날에 창고에 물건이 있다고 적혀 있으면 가서 세어 본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 세는 게 이거인 거예요.
사 온 값이 그대로 적혀 있는 거예요. 광에 배추가 열 포기 있으면 배춧값 열 포기만큼이 장부에 남아 있는 셈이죠. 돈이 나갔는데 손해로는 안 잡히고 자리만 바뀐 거예요.
미연 언니가 광에 둔 배추를 버릴 때가 되어서야 돈 쓴 게 실감났다고 했어요. 장부도 그렇게 움직인다고 들었어요.
그럼 언제 손해로 잡히느냐. 팔릴 때래요.
팔리면 그 배추값이 그때 장부에서 빠지는 거예요. 앞서 영업이익을 알아본 날에 판 돈에서 배추값부터 뺀다고 했잖아요. 그 빼는 일이 팔리는 날에 일어나는 셈이죠.
그러니까 안 팔리는 동안은 장부가 멀쩡해 보이는 거예요. 여기가 이 얘기에서 제일 알아둘 만한 대목인 거예요.
박예슬 그럼 안 팔릴수록 장부는 좋아 보인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계속 둘 수는 없다고 들었어요.
배추가 시들었으면 배춧값 그대로 적어 둘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값이 떨어졌거나 상했으면 그만큼 줄여 적게 되어 있대요. 그 줄여 적는 게 그 해의 손해로 잡히는 셈이죠.
그래서 재고가 늘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다음에 줄여 적을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고 하더라고요. 팔릴 걸로 보고 들여놓은 게 안 팔린 거니까요.
앞서 대형마트를 알아본 날에 자기가 먼저 사서 떠안는 장사라고 했잖아요. 그런 자리는 이 칸이 큰 거예요.
반대로 자리를 빌려주는 쪽은 이 칸이 거의 없는 셈이죠. 남의 물건이니까요. 광고 회사처럼 남의 돈을 대신 써 주는 자리도 광에 쌓아 둘 게 없는 거예요.
그리고 며칠 못 가는 물건을 다루는 데는 더 조심해야 한대요. 단체급식 회사를 알아본 날에 재료를 크게 묶어 산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많이 사면 싸게 오는데 못 쓰면 그게 그대로 남는 셈이죠.
만들 재료가 한 칸, 만들다 만 게 한 칸, 다 만들어 놓은 게 한 칸이래요.
우리 집으로 치면 아직 안 씻은 배추, 절여 놓은 배추, 담가서 통에 넣은 김치가 따로 적히는 것과 같은 거예요. 어느 칸이 늘었는지를 보면 어디서 막혔는지가 보인다고 들었어요.
다만 지금 어느 회사가 어떤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안 팔린 물건은 손해가 아니라 사 온 값으로 광에 적혀 있다는 것, 손해로 잡히는 건 팔릴 때라는 것, 그리고 시들면 그때는 줄여 적어야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