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 씨가 친구 얘기를 꺼냈어요.
박예슬 친구가 백화점 매장에 갔는데 원하던 가방이 진열대에 하나도 없었대요. 다른 물건부터 보시라는 말만 듣고 나왔대요. 돈을 내겠다는데 왜 안 팔아요?
미연 언니가 남편한테 들은 걸 보탰어요.
강미연 에르메스는 원래 그렇대요. 가방을 많이 안 만든대요. 찾는 사람보다 늘 적게 만든대요.
알아보니 그런 거예요. 찾는 사람이 많아도 만드는 양을 일부러 늘리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걸 장사로 삼는 회사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손만두 집 같은 거예요. 하루에 빚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 늦게 가면 못 사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셈이죠.
에르메스 가방도 장인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만든다고 들었어요. 손이 많이 가니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거예요. 기계로 찍어 내면 늘릴 수 있겠지만, 그러면 손만두가 아니게 되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그냥 사람을 더 뽑으면 되잖아요.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장인을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대요. 그리고 늘리더라도 아주 천천히 늘린다고 들었어요.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이 가방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서 그렇대요.
예슬 씨 친구가 다른 물건부터 보라는 말을 들었잖아요. 이 회사는 가방 말고도 스카프나 그릇 같은 걸 판대요. 귀한 가방이 사람을 매장으로 부르고, 다른 물건이 매장 살림을 받치는 셈이죠.
손만두 집도 만두가 떨어지면 칼국수라도 먹고 가잖아요. 만두 줄이 칼국수 손님을 데려오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미연 그리고 창업한 집안이 지금도 큰 몫을 쥐고 있대요. 그래서 남의 손에 잘 안 넘어간대요.
몇 해 전에 다른 큰 명품 회사가 지분을 모아 가려고 해서 집안이 똘똘 뭉쳐 막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오래된 씨간장 집이 장맛을 남한테 안 넘기려고 버틴 것과 같은 셈이죠.
다만 이렇게 덜 파는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손님 마음에 달린 거예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에르메스는 찾는 사람보다 일부러 적게 만드는 회사라는 것, 장인이 손으로 만들어 양을 쉽게 늘리지 않는다는 것, 귀한 가방이 손님을 부르고 다른 물건이 살림을 받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