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남편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길에서 빨간 페라리가 지나갔는데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저거 사려면 돈보다 줄이 먼저래요.
박예슬 돈이 있으면 사는 거 아니에요? 줄은 왜 서요?
알아보니 그런 거예요. 찾는 사람보다 늘 조금 덜 만들어서 기다리게 하고, 그 기다림을 이름값으로 삼는 자동차 회사인 셈이죠. 찾는 사람보다 한 대 덜 만든다는 말이 이 회사에서 나왔대요.
부엌으로 옮기면 명절 맞춤 한과 집 같은 거예요. 미리 잔뜩 만들어 두지 않고 주문을 받고 나서야 빚잖아요. 그래서 손님은 몇 주를 기다려야 받는 셈이죠.
페라리도 차를 미리 쌓아 두지 않는대요. 주문을 받으면 색이며 가죽이며 손님 취향대로 맞춘다고 들었어요. 그 맞추는 값이 차값에 더해지는 거예요. 한과 집에서 보자기와 문양을 고르면 값이 더 붙는 것과 같은 셈이죠. 미리 쌓아 둔 차가 없으니 안 팔려서 값을 깎아 줄 일도 없는 거예요. 미연 언니 남편 말대로 돈보다 줄이 먼저인 셈이죠.
앞서 에르메스를 알아본 날에 가방을 일부러 덜 만든다고 했잖아요. 페라리는 그걸 자동차로 하는 셈이죠. 그래서 자동차 회사인데 명품 회사처럼 본다는 얘기가 나온대요.
강미연 남편 말로는 아주 귀한 차는 예전에 페라리를 산 적 있는 사람한테 먼저 판대요.
단골한테 먼저 좋은 걸 내주는 셈이죠. 앞서 에르메스 매장에서 다른 물건부터 보라고 했다는 얘기와 비슷한 거예요. 손님을 고르는 장사인 셈이죠.
박예슬 그렇게 덜 팔면서 이름은 어떻게 알려요?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자동차 경주에 오래 나가는 팀이 있대요. 그 경주가 세계 곳곳에서 중계되니 그게 광고인 셈이죠. 그리고 옷이나 모자에 이름을 붙여 파는 것도 한다고 들었어요.
다만 경주팀은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이래요. 그리고 전기차로 세상이 바뀌면 엔진 소리로 이름난 이 회사가 어떻게 할지 말이 많대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페라리는 찾는 사람보다 덜 만들어 기다리게 하는 자동차 회사라는 것, 주문을 받고 손님 취향대로 맞춰 값을 더한다는 것, 경주팀이 광고판 노릇을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