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기계값을 몇 해로 나눠서 적는다더라고요.
박예슬 돈은 산 해에 한 번에 나갔잖아요. 그런데 왜 나눠 적는 건가요?
미연 언니가 자기 김치냉장고 얘기를 했어요. 십 년을 썼는데 산 해에만 돈 쓴 걸로 치면 억울하다고요. 그게 이 얘기의 전부인 셈이죠.
앞서 재고를 알아본 날에 광에 있는 건 팔릴 때 장부에서 빠진다는 걸 봤잖아요.
그런데 기계나 건물은 팔려고 사 둔 게 아니잖아요. 쓰려고 사 둔 거예요. 그러니까 빠지는 때가 팔리는 날이 될 수가 없는 셈이죠.
그래서 쓰는 동안 조금씩 나눠 적는다고 들었어요. 십 년 쓸 물건이면 열 해에 걸쳐 조금씩 빠지는 일인 거예요. 우리 집 냉장고를 해마다 조금씩 닳은 걸로 적어 두는 것과 같은 거예요.
앞서 영업이익을 알아본 날에 굴리는 값을 뺀다고 했잖아요. 이 나눠 적는 몫이 거기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해에 돈이 나간 게 아닌데도 남는 게 줄어 보이는 셈이죠. 반대로 산 해에는 돈이 크게 나갔는데 장부에서는 조금만 빠지는 거예요. 돈이 움직인 해와 장부에서 빠지는 해가 어긋나는 거고요.
박예슬 그럼 장부만 보면 그 회사가 언제 돈을 많이 썼는지 안 보이는 거잖아요.
이 대목이 저는 제일 알아둘 만했어요.
앞서 반도체 만드는 데는 공장 하나에 몇 해가 걸린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배 짓는 데도 그랬고 원전도 그랬고요. 그렇게 크게 지어 놓으면 그 뒤로 몇 해 동안 이 몫이 계속 크게 빠지는 셈이죠.
그러면 물건이 잘 나가기 시작해도 한동안은 남는 게 얇아 보이는 거예요.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어 놓은 값을 갚아 나가는 중인 셈이죠.
여기서 걸리는 게 하나 있었던 거예요. 몇 해로 나눌지를 누가 정하느냐예요.
회사가 정해서 적어 둔다고 들었어요. 길게 잡으면 해마다 빠지는 게 적어지고, 짧게 잡으면 많아지는 셈이죠. 그러니까 같은 기계를 두고도 회사마다 다르게 적힐 수 있는 거예요.
앞서 감사보고서를 알아본 날에 밖에서 온 사람이 장부를 봐 준다고 했잖아요. 이 자를 너무 길게 잡아 두지 않았는지도 그 자리에서 보는 대목이라고 하더라고요.
건물은 오래 잡고 기계는 짧게 잡는대요. 리츠를 알아본 날에 건물을 들고 세를 놓는 자리가 나왔는데, 거기는 이 몫이 오래 얇게 깔린다고 들었어요.
팔 물건이 아니라 쓰는 물건이라 쓰는 동안 나눠 적는다는 것, 그래서 돈이 나간 해와 장부에서 빠지는 해가 어긋난다는 것, 그리고 몇 해로 나눌지를 회사가 정하니까 그 자를 같이 봐야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