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유동비율이 낮아서 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앞서 부채비율을 알아봤잖아요. 빚이 얼마냐를 또 다른 자로 재는 건가요?
같은 빚을 다르게 보는 거예요. 앞엣것은 전체를 보고 이건 한 해 안에 갚을 것만 보는 셈이죠.
미연 언니가 이달에 나갈 돈과 이달에 들어올 돈을 따로 적어 두는 종이가 있다고 했어요. 그게 딱 들어맞는 얘기인 거예요.
빚이 십 년 뒤에 갚을 것이면 이달에는 걱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다음 달에 갚을 것이면 지금 당장 급한 셈이죠. 앞서 부채비율을 알아본 날에도 숫자보다 언제 갚아야 하는지가 급하다고 했어요. 그 언제를 자로 만든 게 이거인 거예요.
그래서 한 해 안에 갚을 것과 한 해 안에 돈이 될 것을 나란히 놓고 보는 셈이죠.
여기가 저는 제일 알아둘 만했어요. 무엇이 돈이 되는 걸로 세어지느냐예요.
앞서 운전자본을 알아본 날에 광에 쌓인 것과 받을 돈이 늘 묶여 있다고 했잖아요. 그 둘이 여기서는 한 해 안에 돈이 될 것으로 세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앞서 재고를 알아본 날에 안 팔린 물건이 사 온 값으로 광에 적혀 있다고 했어요. 그게 정말 팔릴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매출채권을 알아본 날에는 못 받을 것 같으면 미리 덜어 둔다고 했고요. 그러니까 이 숫자 안에 아직 돈이 아닌 것들이 섞여 있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숫자가 넉넉해 보여도 실제로는 급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말이 맞대요. 그래서 광에 쌓인 걸 빼고 다시 세어 보는 자도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 집으로 치면 김장독에 김치가 가득해도 이달 관리비는 못 내는 것과 같은 거예요. 김치는 우리 집 것이지만 이달에 돈이 되지는 않잖아요.
앞서 현금흐름을 알아본 날에 장부에 남은 것과 통장에 있는 게 다른 칸이라고 했어요. 이 자도 그 둘 사이를 재려는 셈이죠.
앞서 부채비율을 알아본 날에 은행은 원래 숫자가 크게 나온다고 했잖아요. 여기도 그런 대목이 있대요.
받는 즉시 현금이 들어오는 장사는 이 숫자가 낮아도 버틴다고 들었어요. 앞서 대형마트를 알아본 날에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른다고 했잖아요. 반대로 매출채권을 알아본 날처럼 월말에 받는 장사는 넉넉해야 하는 셈이죠.
그러니까 이 숫자 하나로 급하다 아니다를 정할 수 없어요. 그건 저희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잖아요.
전체 빚이 아니라 한 해 안에 갚을 것만 보는 자라는 것, 견주는 쪽에 광에 쌓인 것과 받을 돈이 들어가서 아직 돈이 아닌 게 섞여 있다는 것, 그리고 받는 방식이 다르면 기준도 다르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