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름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급식 하는 회사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회사가 하는 일이래요.
그러자 예슬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박예슬 저희 회사 식당 아주머니들 앞치마에 회사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 적혀 있던데요. 그게 그 얘기인가요?
그 얘기였대요. 저는 그때까지 학교나 회사가 자기 부엌에서 자기가 짓는 줄 알았던 셈이죠.
집들이 할 때 상차림을 맡겨 본 적 있잖아요. 우리 집 부엌을 쓰는데 짓는 사람은 밖에서 온 사람이고요.
이게 그거래요. 다만 하루가 아니라 매일, 몇 해 동안 그렇게 하는 자리인 거예요. 자리는 학교 것이고 부엌도 학교 것인데, 재료를 사 오고 짓고 치우는 걸 통째로 맡는 셈이죠.
그러니까 이 회사가 파는 건 밥이 아니라 밥 짓는 일 전체인 거예요.
여기가 이 장사의 사정을 다 정하는 대목인 거예요.
들어갈 때 한 끼에 얼마로 정해 놓는대요. 그러고 나서 그 안에서 재료를 사다 지어야 하는 셈이죠. 그런데 배추값이나 고깃값은 밖에서 정해지잖아요.
그러면 재료값이 세져도 받는 건 그대로인 거예요. 그 벌어진 만큼을 이 회사가 떠안는 셈이죠.
앞서 도시가스 회사를 알아본 날에 파는 값은 정해 주고 사 오는 값은 밖에서 정해진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여기도 똑같은 짜임인 거예요. 우리 집으로 치면 생활비는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값만 오르는 것과 같은 거예요.
박예슬 그럼 재료를 싸게 사 오는 게 이 장사의 전부인 거잖아요.
크게 묶어서 사면 싸게 온다잖아요. 그런데 크게 사려면 받아 두고 나눠 보낼 데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회사는 식자재를 사다 나르는 데를 같이 두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앞서 택배 회사를 알아본 날에 가르는 자리가 한복판이라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여기도 그 자리를 자기가 갖고 있는 셈이죠.
대형마트가 먼저 사서 쟁여 두는 것과도 닮았는데, 다른 게 하나 있어요. 여기는 몇 끼가 나갈지 미리 알고 있는 거예요. 학교는 사람 수가 정해져 있잖아요. 안 팔릴 걱정은 덜한 셈이죠.
기계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새벽에 나와서 다듬고 끓이고 치우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회사 얘기에는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늘 붙는다고 들었어요. 값을 정해 놓고 들어갔는데 사람 쓰는 값이 세지면 그것도 그대로 얹히는 셈이죠.
대신 좋은 것도 있대요. 한 번 맡으면 몇 해를 가는 거예요. 매일 바꾸는 게 아니니까요.
앞서 비행기는 팔고 나서가 더 길다는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결이 닮았어요. 따내기까지가 어렵고 따내면 오래 가는 자리인 셈이죠. 다만 지금 어디가 어디를 맡고 있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부엌은 빌리고 밥 짓는 일을 통째로 맡는 자리라는 것, 한 끼 값은 미리 정해 놓고 재료값은 밖에서 정해져서 그 사이를 떠안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 손이 많이 드는 일이라 사람 값이 곧 이 장사의 걱정이라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