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남았다고 적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앞서 영업이익을 알아봤잖아요. 남았으면 통장에 있는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던데요. 장부에 남은 것과 통장에 있는 게 다른 칸인 거예요.
미연 언니가 받을 곗돈이 있는데 그날 쌀 살 돈이 없어서 옆집에 빌린 적이 있다고 했어요. 그게 딱인 셈이죠.
회사도 물건을 넘기면 장부에는 그때 적힌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돈은 몇 달 뒤에 들어오는 거예요. 앞서 종합상사를 알아본 날에 그 사이의 시간을 대신 메워 준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메워 줄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을 자기가 버텨야 하는 거고요.
앞서 주식 결제일을 알아본 날에도 주문이 맞은 것과 명단이 고쳐진 게 다른 일이라고 했잖아요. 결이 같은 거예요. 적히는 때와 움직이는 때가 어긋나는 셈이죠.
앞서 재고를 알아본 날에 안 팔린 물건이 사 온 값으로 광에 적혀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장부에서는 멀쩡한 자리인데 통장에서 보면 나간 돈인 거예요. 배추를 사 두면 돈은 이미 나갔고 광에 배추가 있는 셈이죠. 재고가 늘었다는 말이 돈이 그만큼 묶였다는 말로도 읽히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장부는 좋아 보이는데 통장은 말라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앞서 감가상각을 알아본 날에 기계값을 몇 해로 나눠 적는다고 했잖아요.
그건 거꾸로인 거예요. 장부에서는 해마다 빠지는데 그 해에 돈이 나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장부보다 통장이 나아 보이는 셈이죠.
그래서 장부만 봐도 안 되고 통장만 봐도 안 되는 거예요. 둘이 서로 다른 걸 말해 주는 셈이죠.
장사로 들어오고 나간 것, 사고 짓는 데 나간 것, 빌리고 갚고 나눠 준 것. 이렇게 세 갈래로 갈라 적어 둔다고 들었어요.
앞서 감사보고서를 알아본 날에 장부에는 칸이 나뉘어 있다는 걸 봤잖아요. 여기도 그 얘기인 거예요. 어느 갈래에서 들어왔는지가 다르면 같은 돈이 아닌 셈이죠.
빌려서 들어온 걸로 버티는 것과 장사로 들어온 걸로 버티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우리 집도 옆집에 빌려 온 돈으로 장 본 달이랑 남편 월급으로 장 본 달이 다른 거예요.
앞서 단체급식 회사랑 도시가스 회사를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파는 값은 정해져 있고 사 오는 값은 밖에서 정해진다고요.
그런 자리는 장사로 들어오는 게 얇아진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버티려고 빌리게 되고, 빌린 값이 또 빠지는 셈이죠. 다만 지금 어느 회사가 어떤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장부에 남은 것과 통장에 있는 게 다른 칸이라는 것, 물건이 나간 때와 돈이 들어온 때가 어긋난다는 것, 그리고 장사로 들어온 것과 빌려서 들어온 것을 갈라 적어 둔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