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어디가 무상증자를 한다더라고요. 갖고 있으면 공짜로 더 준다던데요.
박예슬 공짜로 더 주면 회사는 뭘 얻나요? 그건 손해인 거 아닌가요?
저도 그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밖으로 나가는 게 없는 셈이죠.
미연 언니가 광에 있던 그릇을 꺼내 상 위에 올려놓고 집에 있던 건 그대로라고 했어요. 그게 딱인 거예요.
회사 장부에는 곳간처럼 쌓아 둔 칸이 따로 있대요. 그동안 벌어서 안 나눠 주고 모아 둔 자리인 셈이죠. 무상증자는 그 칸에 있던 걸 주식 쪽 칸으로 옮겨 적는 거예요.
앞서 감사보고서를 알아본 날에 장부에는 칸이 나뉘어 있다는 걸 봤잖아요. 여기서 움직이는 건 밖으로 나가는 돈이 아니라 칸 사이를 옮겨 적는 일인 거예요. 그러면서 장수가 늘고, 늘어난 만큼을 갖고 있던 사람들한테 나눠 주는 셈이죠.
장수는 늘었는데 회사는 그대로잖아요.
그러니까 한 사람이 가진 몫의 비율은 그대로인 거예요. 나도 늘고 남도 같이 늘었으니까요. 앞서 액면분할을 알아본 날에 나뉜 건 종이지 회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여기도 그 결인 셈이죠.
박예슬 그럼 액면분할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이 대목이 저는 제일 헷갈렸는데, 갈라 놓고 보니 분명해지더라고요.
액면분할은 한 장을 잘게 자르는 일인 거예요. 만 원짜리를 천 원짜리로 바꾸는 것처럼요. 곳간은 건드리지 않는 셈이죠.
무상증자는 곳간에서 꺼내 옮겨 적어서 장수를 늘리는 일인 거예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둘 다 장수가 늘어 보이는데, 장부에서 움직인 칸이 아주 다른 셈이죠.
앞서 유상증자를 하면 왜 주식이 떨어지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건 밖에서 돈을 새로 받아 오는 일이었어요.
이건 돈을 안 받는 거예요. 밖에서 들어오는 것도 없고 나가는 것도 없는 셈이죠. 같은 증자라는 말이 붙었는데 하는 일이 반대인 거예요.
들은 걸 옮기면 둘이었어요.
하나는 장수가 늘면 한 장 값이 가벼워져서 들어오기 쉬워진다는 거예요. 액면분할을 알아본 날에 나온 그 얘기랑 같은 셈이죠.
다른 하나는 곳간이 넉넉하다는 걸 내보이는 자리라는 거예요. 쌓아 둔 게 없으면 옮겨 적을 것도 없잖아요. 다만 그게 그 회사가 잘한다는 뜻인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밖으로 나가는 돈 없이 장부 칸 사이를 옮겨 적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장수는 늘어도 내 몫의 비율은 그대로라는 것, 그리고 액면분할과도 유상증자와도 움직이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