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어디가 장부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간다더라고요. 의견을 못 받았다던데요.
박예슬 회사가 자기 장부를 자기가 쓰는 거잖아요. 그럼 아무렇게나 쓸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남이 봐주는 자리가 따로 있는 거예요. 저도 그런 데가 있는 줄 몰랐어요.
미연 언니가 옛날 계 얘기를 꺼냈어요. 장부는 총무가 쓰는데, 연말에는 총무가 아닌 사람이 통장을 들고 와서 한 줄씩 짚어 가며 맞춰 봤대요.
적힌 게 맞는지를 쓴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인 거예요. 회사도 그렇게 하게 돼 있대요. 장부는 회사가 쓰고, 그게 맞는지는 밖에서 온 사람이 본다는 셈이죠.
그 봐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데를 회계법인이라고 부른다고 들었어요.
뭘 보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더라고요.
창고에 물건이 얼마 있다고 적혀 있으면 직접 가서 세어 본대요. 받을 돈이 얼마 있다고 적혀 있으면 그 상대한테 물어서 맞는지 확인하고요. 통장에 얼마 있다고 적혀 있으면 은행에 물어보는 셈이죠.
우리 집 김치통 개수를 적어 두고 광에 가서 세어 보는 것과 같은 거예요. 적어 두기만 하면 아무 뜻이 없잖아요.
다 맞다고 해 주는 게 제일 좋은 거고요. 어디 한 군데는 좀 다르다고 붙이는 것도 있대요.
그다음이 무거운 건데, 못 맞춰 봤다고 하는 거예요. 회사가 자료를 안 내주거나 확인할 길이 없을 때 그렇게 쓴다고 들었어요. 제일 무거운 건 아예 안 맞는다고 하는 거고요.
박예슬 못 맞춰 봤다는 게 왜 안 맞는다는 것만큼 무거운 건가요?
밖에서 보면 똑같아서 그렇대요.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맞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잖아요. 믿을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죠.
앞서 코인이 거래소에서 내려간다는 얘기를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주식도 비슷한 자리가 있는데, 장부를 못 믿게 되면 그쪽으로 간다는 거예요.
사고파는 자리라는 게 결국 적힌 걸 믿고 오가는 데잖아요. 그 적힌 걸 아무도 못 믿으면 자리에 둘 수가 없는 셈이죠.
여기가 제일 알아둘 만한 대목인 거예요.
봐주는 사람을 누가 부르느냐 하면 회사가 부른대요. 값도 회사가 내고요. 그러면 봐주는 쪽이 회사한테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려워지잖아요.
앞서 증권 회사를 알아본 날에 심부름꾼이 자기 장사도 하니까 갈라 두라는 규칙이 붙는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여기도 같은 결인 거예요. 그래서 몇 해마다 봐주는 데를 바꾸게 하거나 나라가 정해 주는 규칙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다만 그걸로 다 풀렸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장부는 회사가 쓰고 맞는지는 밖에서 온 사람이 본다는 것, 적힌 게 진짜 있는지를 가서 세어 본다는 것, 그리고 못 맞춰 봤다는 말이 안 맞는다는 말만큼 무겁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