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들은 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에이브가 핀란드 말로 유령이래요. 은행 창구 직원이 유령처럼 안 보이는 거래요.
박예슬 직원이 없는데 누가 빌려줘요? 돈 떼이면 어떡해요?
알아보니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이 빌려주는 거예요. 코인을 맡기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장부 위의 프로그램이 이어 주는 구조인 셈이죠. 앞서 유니스왑을 알아본 날에 사람 대신 통이 바꿔 준다고 했잖아요. 이건 사람 대신 통이 빌려주는 거예요.
부엌으로 옮기면 계모임 통장 같은 거예요. 계원들이 돈을 모아 두면, 급한 사람이 거기서 빌려 쓰고 이자를 내잖아요. 그 이자는 돈을 넣어 둔 계원들이 나눠 갖는 셈이죠.
에이브도 그렇대요. 코인을 넣어 둔 사람은 이자를 받고, 빌린 사람은 이자를 낸다고 들었어요. 빌리는 사람이 많으면 이자가 높아지고, 적으면 낮아진대요. 쌀이 귀할 때 쌀 빌리는 값이 비싸지는 것과 같은 거예요.
박예슬 그래도 모르는 사람한테 빌려주는 거잖아요. 안 갚으면요?
그래서 빌리려면 담보를 먼저 맡겨야 한대요. 그것도 빌리는 것보다 더 많이 맡겨야 한다고 들었어요.
전당포에 금반지를 맡기면 반지값보다 훨씬 적게 빌려주잖아요. 그 차이가 전당포를 지켜 주는 셈이죠. 에이브도 맡긴 코인보다 적게만 빌려주는 거예요.
강미연 맡긴 코인 값이 내려가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그걸 처분해서 빌린 걸 갚는대요. 사정을 안 봐준대요.
전당포 주인은 단골이면 며칠 기다려 주기도 하잖아요. 이 프로그램은 정해진 선을 넘으면 바로 처분한다고 들었어요. 사람이 없으니 사정을 봐줄 사람도 없는 셈이죠. 그래서 맡긴 쪽은 늘 넉넉히 맡겨 두라는 얘기가 나온대요. 전당포 맡긴 반지를 날마다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리고 프로그램에 빈틈이 있으면 털릴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 빈틈이 어디 있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에이브라는 이름의 코인은 이 규칙을 바꿀 때 표를 던지는 데 쓴대요.
에이브는 코인을 맡기고 빌리는 걸 프로그램이 이어 주는 창구라는 것, 빌리려면 더 큰 담보를 맡겨야 한다는 것, 선을 넘으면 사정없이 처분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