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 씨가 식탁에 물건을 늘어놨어요.
박예슬 냉장고 메모지, 서랍 테이프, 현관 마스크 상자를 뒤집어 봤거든요. 셋 다 같은 회사예요. 이게 어떻게 한 회사예요?
미연 언니가 남편한테 들은 걸 보탰어요.
강미연 3M이래요. 원래 광산 회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만드는 물건이 셀 수 없이 많대요.
알아보니 그런 거예요. 붙이고, 덮고, 거르는 몇 가지 솜씨를 갖고 수많은 물건으로 바꿔 파는 회사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찹쌀풀 같은 거예요. 찹쌀풀 쑤는 법 하나 알면 창호지도 바르고, 김부각도 만들고, 봉투도 붙이잖아요. 솜씨는 하나인데 쓰는 데가 여럿인 셈이죠.
3M도 그렇대요. 붙이는 솜씨로 테이프와 메모지를 만들고, 얇게 거르는 솜씨로 마스크와 필터를 만든다고 들었어요. 한 솜씨를 여러 물건에 돌려 쓰는 거예요. 예슬 씨 식탁에 늘어놓은 세 가지가 그 증거인 셈이죠.
박예슬 포스트잇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원래 세게 붙는 풀을 만들려다 약하게 붙는 풀이 나왔대요. 실패작인 줄 알았는데 떼었다 붙였다 하는 메모지로 쓰니 대박이 났대요. 찹쌀풀을 묽게 쒀서 망쳤다 싶었는데 그게 도배용으로 딱 맞았던 셈이죠.
공장에 들어가는 것, 병원에 들어가는 것, 집에서 쓰는 것까지 다 만드니 한쪽이 어려워도 다른 쪽이 받쳐 준대요. 앞서 네슬레를 알아본 날에도 이름이 많으면 덜 흔들린다고 했잖아요. 같은 셈이죠.
강미연 그런데 남편 말로는 예전에 쓰던 화학 물질 때문에 큰 소송 얘기가 붙는대요.
오래 쓴 재료가 나중에 몸이나 땅에 안 좋다는 말이 나오면, 그 값을 회사가 치러야 하는 셈이죠. 오래된 부엌 살림일수록 바꿔야 할 그릇이 많은 것과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 회사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것만큼 지난 일을 정리하는 게 큰일이라고 들었어요.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3M은 붙이고 덮고 거르는 몇 가지 솜씨로 수많은 물건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 포스트잇도 그 솜씨에서 우연히 나왔다는 것, 물건이 많아 덜 흔들리지만 오래된 화학 물질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