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세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상한 게 하나 보여. 주인공이 장남이 아니야. 정실 부인 자식도 아니야.
첩에게서 난 자식, 서자야. 집안에선 찬밥이고, 형제들한테 무시당하고, 무공도 제대로 못 배워.
나는 처음에 이게 우연인 줄 알았어. 근데 너무 많아. 이유가 있더라.
정실 자식, 적자는 집안을 이을 사람이야. 좋은 사부한테 배우고, 집안 무공을 다 전수받아.
그러니까 적자가 주인공이면 올라갈 데가 별로 없어. 이미 위에 있잖아. 세가와 문파 차이 얘기할 때 세가는 태어나야 그 집 사람이 된다고 했는데, 적자는 그 태어남의 혜택을 다 받은 사람이야.
서자는 반대야. 같은 집에 태어났는데 아무것도 못 받아. 그러니까 올라갈 데가 엄청 많지.
무협이 파는 성장은 두 종류라고 천재와 둔재 얘기할 때 적었어. 서자 주인공은 대개 둔재 취급을 받는 숨은 천재야.
무시당하다가 기연을 만나고, 몰래 실력을 쌓고, 어느 날 형제들 앞에서 그걸 드러내. 그 순간이 독자가 기다리는 장면이지.
바닥에 있어야 올라오는 재미가 있어. 서자는 집 안에 있는 바닥이야. 멀리 갈 필요 없이 같은 마당에서 차이가 보여.
서자 이야기의 재미는 적이 집 안에 있다는 거야.
멸문지화 같은 바깥의 적이 아니라, 같이 밥 먹는 형제, 웃어주는 척하는 어른들. 그 안에서 버티고 증명해야 해. 남궁세가 얘기할 때 명문가는 집안 이름을 등에 진다고 했는데, 서자는 그 이름을 지지도 못하게 막힌 사람이야.
형제 많은 집 막내라는 손님이 이 얘기를 듣고 그러더라. 무협 서자 주인공한테 유독 정이 간대. 위에서 다 가져가고 남은 걸 받는 기분을 안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았어. 무협이 서자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건 읽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많아서일지도 몰라.
서자 주인공 중에 제일 응원했던 인물 있으면 알려줘. 아랫자리에서 올라오는 얘기는 늘 듣기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