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세가 얘기할 때 이름만 짚은 집안 중에 하북팽가가 있어. 오늘은 그 집안 얘기야.
무협에서 하북팽가는 대개 도를 쓰는 세가야. 도는 한쪽 날만 있는 큰 칼이지. 검과 도는 뭐가 다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팽가는 그 도 쪽의 대표야.
재밌는 건 팽가 사람들 성격이야. 무협에서 팽가 사람은 대개 화끈하고 성질 급해.
말보다 칼이 먼저 나가고, 돌려 말하지 않고, 화나면 탁자부터 쳐. 근데 뒤끝은 없어. 시원하게 싸우고 시원하게 술 마셔.
나는 처음에 이게 그냥 그 집안 설정인 줄 알았어. 근데 병기랑 성격이 붙어 있더라.
검은 찌르고 베는 병기야. 섬세하고 빠르게. 도는 내리치는 병기야. 무게를 실어서 크게.
그러니까 도 쓰는 사람은 크게 움직여. 망설이면 도가 무거워서 안 나가. 한 번 들면 끝까지 내리쳐야 해. 그 병기의 성질이 사람 성격으로 옮겨 간 거지.
무협 병기 정리할 때 뭘 들었는지로 인물이 보인다고 했잖아. 팽가는 그게 집안 전체로 보이는 경우야.
하북은 중국 북쪽 땅 이름이래. 무협에선 북쪽 사람들이 거칠고 솔직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장강 얘기할 때 강북은 딱딱하고 거칠다고 했었지.
팽가는 그 북쪽 기질을 제일 진하게 가진 집안이야. 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병기를 고르고, 병기가 다시 성격을 굳히는 거지.
객잔 부엌에서 큰 식칼로 고기를 내리치고 있었어. 지나가던 손님이 그걸 보더니 팽가 사람 같대.
다들 웃었는데 나는 칼을 다시 봤어. 생각해보니 큰 칼로 일할 땐 나도 좀 과감해져. 망설이면 고기가 안 잘리거든. 한 번에 내리쳐야 해.
그때 팽가 성격이 이해됐어. 큰 칼을 쥐면 사람이 시원해져.
화끈한 성격 좋아하면 네가 아는 제일 성질 급한 인물 얘기해줘. 그런 놈이 하나 있으면 판이 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