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분이 그러시더군요. 동네 학교 운동장을 저녁에 개방한다고요.
정문에 안내문이 붙었다고 하시길래 저녁에 가봤습니다. 정말 열려 있더라고요.
열려 있는데 저는 바로 못 들어갔습니다.
한참 안내문을 읽었어요. 이미 다 읽었는데 또 읽고 있었네요. 그러다 보니 저 말고도 문 앞에서 잠깐 멈추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다들 비슷하신 겁니다.
허락은 문을 열지만, 오래 닫혀 있던 자리에는 아직 사람의 걸음이 남아 있지 않다.
들어가도 된다는 걸 아는데도 마음이 그렇습니다.
혹시 시간이 지난 건 아닌가, 어른이 들어가도 되는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안내문에 다 적혀 있는데도 그럽니다. 오래 못 들어가던 자리라 몸이 아직 모르는 거겠지요.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운동장이 생각보다 넓더군요. 조명이 켜져 있고 몇 분이 걷고 계셨어요. 아무도 저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인데 저는 그게 좀 안심이 됐네요.
두 바퀴째부터는 편해졌습니다.
돌면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여는 결정을 한 쪽도 쉽지는 않았겠지요. 관리할 일이 늘고 책임질 일도 늘 테니까요. 그래도 열기로 한 겁니다. 그 결정 덕에 제가 지금 걷고 있는 거고요.
며칠 지나서 다시 가봤더니 사람이 좀 더 많아졌더라고요.
한 번 다녀간 분들이 다시 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몇 번 쌓이면 문 앞에서 멈추는 사람이 줄어들겠지요. 자리는 열어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몇 명이 걸어야 자리가 되는 셈이군요.
동네에 그런 데가 하나쯤 있을 겁니다.
들어가도 된다는데 발이 안 떨어지는 자리요. 그건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몸이 안 익어서인걸요. 한 번만 들어가 보시면 두 번째부터는 좀 수월합니다. 저도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