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랑 하교하는데 앞에서 작은 강아지가 걸어오더라. 산책하는 하얀 강아지.
근데 돌부처가 갑자기 길을 건넜어. 횡단보도도 아닌 데서.
나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건넜어. 돌부처 얼굴이 좀 굳어 있었어.
돌부처 강아지.
강아지가 지나가고 나서 물어봤어. 강아지 무서워하냐고.
돌부처가 고개를 끄덕였어. 작은 강아지가 제일 무섭대.
큰 개는 오히려 괜찮대. 근데 작은 강아지는 갑자기 짖고 뛰어오니까 무섭대.
어릴 때 작은 강아지한테 발목을 물린 적이 있대.
신기한 건 돌부처가 길 건너서도 강아지를 계속 봤다는 거야.
강아지가 다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돌려서 계속 쳐다봤어.
왜 무서운데 계속 보냐고 물었더니 돌부처가 그러더라.
돌부처 귀엽긴 해.
다들 빵 터졌어. 무서운데 귀엽대.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다들 놀랐어. 돌부처가 무서워하는 게 있는 줄 몰랐대.
돌부처는 늘 무표정하고 안 흔들리는 애잖아. 무서운 게 없어 보였어.
근데 작은 강아지가 무서웠던 거야. 그것도 귀여워하면서.
불나방이 그러더라. 돌부처 약점 찾았다고. 근데 놀리지는 않았어.
그 뒤로 다들 돌부처랑 걸을 때 강아지 보이면 먼저 말해줘.
"앞에 강아지." 그러면 다 같이 길을 건너.
칼손은 강아지 보이면 돌부처 앞에 서줘. 막아주는 거래. 칼손도 사실 강아지 좀 무서워하면서.
칼손 나도 좀 무섭지만 돌부처보단 나아.
얼마 뒤에 신입 후배가 그러더라. 자기 집에 작은 강아지가 있대. 엄청 순한 애래.
돌부처 선배 연습하고 싶으면 한번 데려오겠대. 멀리서부터 천천히.
돌부처가 한참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 멀리서 보는 것부터 해보겠대.
무서운 걸 한 번에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가까이 가보는 거야. 돌부처다운 방법이라니까.
너도 남들은 안 무서워하는데 너만 무서운 게 있으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다들 하나씩 있거든.
말하면 같이 피해줄 친구가 생긴다니까. 동아리 애들은 이제 강아지 보이면 다 같이 길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