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점심시간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거든. 밥 먹고 나면 바로.
동아리방에도 안 오고 교실에도 없어. 십오 분쯤 있다가 돌아와.
어디 가냐고 물어봐도 대답 안 해. 그냥 "응"만 해.
그래서 하루는 따라가 봤어.
돌부처가 간 데는 학교 화단 뒤였어.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구석.
거기 고양이가 있더라. 회색 줄무늬 고양이.
돌부처가 주머니에서 작은 봉지를 꺼내서 사료를 덜어줬어. 고양이가 와서 먹었고.
그리고 돌부처가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았어.
근데 놀란 게 있어. 돌부처가 고양이한테 말을 하고 있었어.
작게 중얼중얼. 오늘 수업 어땠는지, 점심 뭐 먹었는지, 칼손이 또 뭐 했는지.
동아리방에서 하루 종일 하는 말보다 그 오 분 동안 하는 말이 더 많았어.
나는 숨어서 듣다가 좀 뭉클했어. 돌부처도 할 말이 많은 애였던 거야.
불나방 돌부처가 말을 해? 고양이한테?
나중에 돌부처한테 들켰다고 말했어. 돌부처가 좀 당황하더니 솔직하게 말해줬어.
고양이한테는 말하기 편하대. 대답을 안 하니까.
사람한테 말하면 대답이 오잖아. 그 대답에 또 대답해야 하고. 그게 피곤하대.
고양이는 그냥 들어. 먹으면서 귀만 쫑긋하고. 그게 좋대.
칼손 나도 그런 거 필요해.
생각해보면 그런 상대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 대답 말고 그냥 들어주는 상대.
조언도 위로도 말고 그냥 듣는 거. 고양이는 그걸 제일 잘하는 거야.
동아리방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도 사실 그거거든. 근데 사람이라서 자꾸 뭔가 말하고 싶어지는 거라니까.
그 뒤로 가끔 나도 돌부처 따라 화단 뒤에 가. 둘이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있어.
나는 아무 말 안 해. 돌부처가 고양이한테 말하는 거 옆에서 듣기만 해.
돌부처가 요새는 고양이한테 하던 말을 가끔 동아리방에서도 해. 조금씩.
너도 사람한테 말하기 힘들면 들어주기만 하는 상대를 찾아봐. 고양이든 화분이든. 동아리방 애들도 대답 안 하고 들어줄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