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넷이 들어왔는데 아무도 먼저 안 앉더라고. 서로 권하기만 하다가 한참을 서 있었어.
결국 제일 나이 많은 분이 앉고 나서야 나머지가 앉았어.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 순간이 제일 불편하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자리 앉는 장면이 꽤 자세하게 나와.
상석. 제일 윗자리야. 대개 문에서 제일 먼 안쪽, 밖이 잘 보이는 데를 상석으로 쳐.
세 번째가 실용이야. 문 쪽에 앉으면 누가 들어오는지를 제일 먼저 보거든. 위험한 자리라서 아랫자리인 거지.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에서 자리 때문에 다투는 장면이 별로 없어.
배분이 정해져 있으니까 앉는 데도 저절로 정해지거든. 무림에선 나이보다 항렬이 세다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그러니까 누가 어디 앉을지를 아무도 안 물어봐.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앉아. 아까 그 넷처럼 서 있는 일이 없어.
이게 이야기에서 쓰이는 방식이야. 무협에서 자리 배치를 보면 그 자리의 힘 관계가 다 보여.
누가 상석에 앉았는지, 손님인데 아랫자리에 앉혔는지, 문 쪽에 누굴 앉혔는지. 대사 하나 없이 관계가 드러나.
잘 쓴 작품은 여기에 한 줄을 써. 그리고 그 자리가 어긋나면 그게 사건이야. 아랫사람이 상석에 앉아 있으면 뭔가 뒤집힌 거지.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윗자리에 앉으면 나서는 것 같고, 아랫자리에 앉으면 그것대로 어색하고. 자리를 권하면 부담 줄까 봐 조심스럽고.
적힌 게 없는데 어기면 티가 나는 거야. 강호 불문율 얘기랑 또 같은 자리지. 무복도 그랬고 상석도 그래. 정해진 게 사라진 자리마다 눈치가 들어차더라고.
객잔에서 정한 게 하나 있어. 자리를 다르게 안 봐.
무협에서 객잔이 좋은 자리였던 게 그래서야. 문파 옷을 입은 놈이랑 낭인이 같은 상에 앉았다고 무복 얘기할 때도 말했잖아. 상이 하나면 앉은 사람은 다 손님이야.
물론 창가가 좋고 문 쪽은 춥지. 그건 자리 사정이지 급이 아니야.
아무 데나 앉아. 여긴 상석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