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사매라는 말이 자주 나와. 같은 사부 밑에서 배운 여제자 중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야. 먼저 들어온 쪽은 사저라고 하고.
객잔에서 손님 하나가 사매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어. 다른 손님이 그러더라. 같은 선생 밑에서 배운 여동생 같은 사람이라고. 그러자 다들 학교 동기 얘기를 꺼냈어.
무림에선 나이보다 항렬이 세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사매라는 말 역시 그 항렬로 부르는 이름이야. 나이가 더 많아도 늦게 들어왔으면 사매야.
그러니까 사매는 관계의 이름이지 성격의 이름이 아니야. 근데 무협에선 그 자리에 선 인물이 대개 비슷한 역할을 맡아.
무협에서 사매는 대개 문파 분위기를 보여주는 인물이야.
사형들이 엄하게 수련할 때 웃음을 주고, 사부가 화났을 때 분위기를 풀고. 그 사매가 웃는 장면이 있으면 그 문파가 따뜻한 데라는 걸 알 수 있어. 연무장 얘기할 때 문파 질서가 보인다고 했는데, 사매는 그 질서 속의 온기야.
근데 무협은 그 온기를 자주 위협해. 사매가 위험에 빠지거나, 납치되거나, 다른 문파와 얽히거나.
그 순간 문파 전체가 움직여. 사형들이 칼을 들고, 사부가 산을 내려와. 사매 하나가 문파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는 거지.
다만 잘 쓴 무협은 사매를 지켜줘야만 하는 사람으로만 두지 않아. 직접 칼을 들고, 사형보다 먼저 판단하고, 스스로 문파를 지키는 사매가 나오는 글도 많아. 무협에 여고수는 왜 다 극단에 있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사매는 그 가운데를 채울 수 있는 자리야.
객잔 손님들은 사매 얘기에서 결국 자기 동기 얘기를 했어. 같이 배우던 친구, 먼저 들어온 선배, 늦게 들어온 후배.
다들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웃었어. 무협 사형제 관계가 왜 그렇게 오래 읽히는지 알 것 같았어. 누구나 그런 사이가 하나쯤 있거든.
사매든 사저든 같은 문하 여제자 중에 기억나는 인물 있으면 알려줘. 이번엔 어떤 자리에 섰는지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