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주인공이 무릎을 꿇는 대목을 보더니 묻더라고. 그냥 가르쳐달라고 하면 되지 왜 저러냐고.
그게 되면 사부가 아니야. 배사라는 절차가 따로 있어.
절을 하고, 차를 올리고, 이름을 사문 명부에 올려. 문파마다 다른데 하는 일은 같아.
중요한 건 이거야. 그 전까지는 배워도 제자가 아니야. 몇 년을 옆에서 봐도 배사를 안 하면 그냥 아는 사이지.
여기가 핵심이야. 배사는 한쪽만 하는 게 아니야.
세 번째가 무거워. 파문 얘기를 전에 적었어. 쫓아내려면 따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들일 때 절차가 있으니까 내보낼 때도 절차가 필요한 거야.
무협에서 사부가 제자를 안 받겠다고 버티는 장면이 왜 그렇게 많냐면 이거야.
받으면 끝까지 가야 해. 후기지수 얘기를 전에 적었어. 키우기로 한 애는 실패해도 안 자른다고. 수하 얘기에도 적었어. 거둔다는 게 부리는 게 아니라 떠맡는 거라고.
배사는 그걸 문서로 만드는 셈이야.
이걸 알면 무협 장면이 갈려 보여.
한 수 배우는 건 배사가 아니야. 지나가다 가르쳐주는 경우가 있잖아. 그건 인연이지 사문이 아니야. 나중에 그 사람을 사부라고 부르면 안 돼.
무공 구결 얘기를 적을 때 구결만 외운 놈은 망한다고 썼어. 사부가 빠진 걸 채워주는 사람이라고. 그 채워주는 관계가 배사로 시작되는 거지.
거꾸로 재밌는 건 이거야. 배사 없이 배운 인물이 무협에 꽤 나와.
비급을 주워서 혼자 익혔거나, 몰래 훔쳐봤거나, 사부가 죽어서 절차를 못 밟았거나. 그러면 실력은 있는데 어디 사람인지를 말할 수가 없어.
사문 문파 차이를 전에 적었어. 배운 줄은 몸에 남는다고. 그런데 배사를 안 했으면 그 줄을 주장할 수가 없지. 낭인 쪽으로 밀리는 거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런 대목이 형식 같아 보였어.
지금은 하나만 봐. 그 인물이 절을 했나. 했으면 제자고 안 했으면 아무리 오래 배워도 남이야. 그거 하나면 그놈이 나중에 어디 설지가 잡혀.
어느 장면이었는지 말해봐. 뭘 주고받은 건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