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에 운동장을 지나가는데 돌부처가 뛰고 있더라. 혼자.
운동부도 아닌데 트랙을 계속 돌고 있었어. 교복 바지 걷어 올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안 좋은 날마다 그런대. 열 바퀴.
돌부처 열 바퀴 돌면 좀 나아.
그날 나랑 불나방이랑 칼손이 스탠드에 앉아서 봤어. 아무 말 안 하고.
돌부처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스탠드 쪽을 한 번씩 보더라. 우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어.
우리가 손을 흔들면 조금 빨라졌어. 진짜로. 표정은 그대로인데 다리가 빨라졌어.
그거 보고 다들 좀 웃었어. 돌부처도 누가 봐주는 게 좋았던 거야.
열 바퀴 다 돌고 돌부처가 스탠드로 왔어. 숨이 차서 한참 말을 못 했어.
물 한 병 건네주고 물어봤어. 왜 달리냐고.
돌부처가 숨 고르고 나서 그러더라. 달리면 숨이 차잖아. 숨이 차면 딴생각을 못 한대.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숨이 차면 조용해진대. 다리 아픈 거랑 숨찬 거밖에 안 남는대.
칼손 나도 해볼까. 근데 세 바퀴면 죽을 것 같아.
생각해보면 돌부처는 말로 푸는 애가 아니잖아. 말이 원래 적으니까.
그러니까 다리로 푸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을 트랙에 다 뿌리고 오는 거라니까.
열 바퀴가 돌부처한테는 긴 대화 같은 거였어. 아무한테도 안 들리는 대화.
그다음 주에 돌부처가 또 뛰길래 다 같이 따라 뛰었어.
칼손은 진짜 세 바퀴에서 멈췄어. 불나방은 다섯 바퀴. 나는 네 바퀴.
돌부처만 열 바퀴를 다 돌았어. 근데 마지막 바퀴는 우리랑 같이 걸었어. 속도 맞춰서.
불나방 다리 후들거려. 근데 머리는 좀 맑다니까.
너도 머릿속이 시끄러우면 한번 뛰어봐. 열 바퀴 아니어도 돼. 한 바퀴도 괜찮아.
말로 못 푸는 건 다리로 풀어도 된다니까. 스탠드에서 손 흔들어줄 애가 있으면 더 빨라질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