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옆 사람 발을 밟으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사과하셨다고요.
그런데 그날 하루 종일 "내가 너무 무례했다"며 마음에 걸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일은 무례가 아니라 실례입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하루가 그렇게 무겁지 않으셨을 겁니다.
무례와 실례는 둘 다 예의에서 벗어난 말이나 행동을 가리킵니다.
상대가 불편해지고, 나도 마음이 쓰이고, 사과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의에 어긋났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실례는 한 번의 실수나 부주의로 예의에 어긋난 것이고, 무례는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에서 나온 예의 없음입니다.
실례는 부주의에서 옵니다.
발을 밟거나,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건 것 같은 일입니다. 상대를 낮춰 보려는 마음이 없었죠. 그래서 실례는 사과로 대개 끝납니다. "실례했습니다"라는 말이 그 자리를 닫아줍니다. 그 분이 바로 사과하신 것으로 이미 끝난 일이었습니다.
무례에는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들어 있습니다.
말을 끊고, 기다리게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고, 상대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상대를 그 정도로 여긴다는 태도죠. 그래서 무례는 사과 한마디로 끝나지 않습니다. 태도가 바뀌어야 끝나니까요.
솔직함과 무례함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실례와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실례를 무례라고 부르시면 작은 실수를 큰 잘못으로 들고 다니게 됩니다. 반대로 무례를 실례라고 부르면 고쳐야 할 태도를 놓치시겠지요.
실례라면 사과로 끝내셔도 됩니다. 이미 하셨다면 거기서 닫으시면 됩니다.
무례라면 사과와 함께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셔야 합니다. 같은 어긋남이라도 이름에 따라 들고 갈 무게가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예의를 벗어난 것은 같습니다. 상대를 가볍게 여겼는지만 보시죠.
정확히 부르는 것만으로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