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시티니 풀시티니 적혀 있는 걸 보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이 많아요.
로스팅은 생두를 볶는 일이에요. 오래 볶을수록 색이 진해지고 맛이 달라져요.
그 정도를 몇 단계로 나눠서 이름을 붙인 거예요. 옅은 쪽부터 진한 쪽까지 대략 이렇게 가요.
카페에서 쓰는 원두는 시티에서 풀시티 사이가 제일 많아요. 무난하게 넓은 자리라서요.
같은 이름이 적힌 두 가게 원두를 나란히 놓아본 적이 있어요. 색이 눈에 띄게 달랐어요.
이 단계 이름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요. 볶는 사람이 자기 기준으로 붙이는 거예요. 어떤 곳의 시티가 다른 곳의 풀시티만큼 진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름보다 콩 색을 직접 봐요. 이게 훨씬 정확해요.
봉지가 투명하면 그냥 보시면 되고, 아니면 조금 덜어서 보세요.
밝은 갈색이면 옅게 볶은 거고, 초콜릿 색이면 중간, 거의 검고 기름이 도는 색이면 진하게 볶은 거예요. 기름이 표면에 나와 있으면 진한 쪽이라고 보시면 돼요.
단계를 고르실 때 저는 이걸 먼저 여쭤봐요.
블랙으로 드립을 내려 드시면 옅은 쪽에서 중간이 잘 맞아요. 향이 살아 있으니까요. 우유를 넣으시거나 에스프레소로 뽑으시면 진한 쪽이 나아요. 안 묻히거든요.
진한 게 좋은 게 아니라 뭘 하실지에 따라 갈려요. 이 순서를 바꾸면 매번 원두 탓을 하게 돼요.
로스팅 단계는 커피의 등급이 아니라 어디에 쓸지를 알려주는 표시예요.
이 질문도 자주 받아요. 실제로는 거의 차이가 안 나요.
오래 볶으면 카페인이 조금 날아가긴 하는데, 잔 하나에서 느낄 정도는 아니에요. 쓴맛이 세니까 세게 느껴지는 것뿐이에요.
봉지에 적힌 이름 말고 콩 색을 한 번 보세요. 그게 봉지에 적힌 어떤 말보다 정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