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답을 드릴게요. 볶은 날로부터 일주일에서 한 달 사이가 제일 편해요. 갓 볶은 게 늘 좋은 건 아니에요.
이 얘길 하면 다들 좀 놀라세요. 신선할수록 좋은 거 아니냐고요.
볶고 나면 원두 안에서 며칠 동안 가스가 계속 빠져나와요.
이 상태로 물을 부으면 가루가 부풀어 오르면서 물이 커피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요. 그래서 연하고 붕 뜬 맛이 납니다. 가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빵을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자르면 잘 안 잘리는 것과 비슷해요. 조금 두면 훨씬 나아져요.
저희가 실제로 쓰는 날짜예요. 정답은 아니고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날짜가 좀 지났다고 버리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지난 걸 버리는 것보다 안 지난 걸 밀봉 안 해서 날리는 게 훨씬 흔한 손해예요.
날짜가 안 적힌 봉지도 많아요. 그럼 볶은 지 오래된 걸로 보시는 게 안전해요.
날짜 대신 유통기한만 적힌 봉지는 대개 대량으로 볶아서 오래 두는 방식이에요.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향을 기대하지 마시라는 뜻이에요. 그런 원두는 진하게 내려서 우유를 넣으시면 제일 맛있어요.
저는 이런 걸 알려드릴 때 좀 조심스러워요. 원두 파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결국 저희 것 사시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준만 드리고 어디서 사시라는 말은 안 해요.
갓 볶은 걸 달라고 하셔서 이틀 된 걸 드렸어요. 며칠 뒤에 오셔서 맛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주일만 두고 다시 내려보시라고 했어요. 그다음 주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같은 봉지가 맞냐고요. 원두는 그대로였고 시간만 지난 거였어요.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커피는 사놓고 며칠 뒤에 더 맛있어지는 몇 안 되는 물건이에요.
집에 사놓고 아직 못 뜯은 봉지 있으시면, 오늘 날짜 한번 보세요. 생각보다 지금이 딱 좋은 때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