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이 자꾸 미뤄지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할 일이 작아 보이는데 단계가 여러 개라서 그래요. 신청하고, 포장하고, 내놓고, 확인하는 네 가지를 한 덩어리로 보면 선뜻 손이 안 가요.
어느 저녁에 손님 한 분이 운동화 상자를 들고 오셨어요. 사이즈가 안 맞아서 반품하려는데 편의점 가는 길에 들르셨대요.
커피를 드시면서 상자를 테이블 옆에 세워 두셨어요. 그런데 두 시간 뒤에 나가실 때 그 상자를 그대로 다시 들고 가시더라고요. 제가 "반품 안 하세요?" 했더니 "아, 신청을 아직 안 했어요" 하고 웃으셨어요. 상자는 그렇게 또 집으로 돌아갔어요.
제가 보기엔 이래요.
세 번째가 제일 무서워요. 눈에 익으면 할 일이 아니라 가구가 되거든요.
온라인으로 산 물건은 받은 날부터 칠 일 안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본 규정이에요. 가게마다 조건을 더 길게 주기도 하지만, 기본은 일주일이에요.
그러니까 미루는 동안 기한이 지나가요. 그 손님도 결국 기한을 넘기셨대요. 다음에 오셨을 때 그 운동화를 신고 오셨는데, 한 치수 큰 걸 끈을 꽉 조여서 신고 계셨어요.
제가 손님께 권해드린 건 이래요.
첫째, 신청부터 하세요. 포장은 나중이어도 돼요. 신청을 해 두면 수거 날짜가 잡혀서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돼요.
둘째, 상자를 현관이 아니라 거실 한가운데 두세요. 걸리적거려야 치워요.
셋째, 받은 날 바로 입어 보거나 써 보세요. 반품할지 말지를 빨리 정하면 반은 끝난 거예요.
작은 일일수록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첫 단추 하나만 끼우면 나머지는 따라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