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 경력을 시간순으로 다시 적어놓으시고 분량이 남았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거짓을 쓰신 게 아닙니다. 다만 같은 것을 두 번 쓰신 거죠. 그러면 한 칸이 비는 셈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둘 다 나를 알리는 서류입니다.
둘 다 같이 내고, 둘 다 읽는 사람이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처럼 쓰시게 되는데, 담는 것이 다릅니다.
이력서는 사실을 담고 자기소개서는 이유를 담습니다.
이력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적는 서류입니다.
날짜, 기관, 직함, 결과. 남이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죠. 며칠 전에 말씀드린 경력이 여기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력서는 꾸밀 자리가 적습니다. 읽는 쪽에서도 훑고 넘어가고요.
자기소개서는 그 사실들 뒤에 있는 것을 쓰는 자리입니다.
왜 그 일을 골랐는지, 무엇이 어려웠고 어떻게 넘겼는지,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됐는지요. 이력서에 안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자기소개서에 경력을 다시 적으면 그 자리가 통째로 비게 됩니다. 읽는 쪽에서는 새로 알게 되는 것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세어보시면 됩니다. 자기소개서에 이력서에 없는 내용이 몇 줄입니까?
겹치는 줄을 지우고 나면 무엇을 써야 할지가 보이더군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분량이 남는다는 것은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쓸 칸을 안 열어서입니다. 사실만 쓰면 금방 끝나거든요.
그런데 이유 쪽은 끝이 없습니다. 한 가지 일에서도 왜 그랬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때 어떻게 정했는지가 계속 나옵니다. 칸을 열면 오히려 줄여야 하는 쪽이 되겠지요.
할 일은 순서입니다. 이력서를 먼저 채우고 그다음에 그중 하나를 골라 왜를 쓰는 것이요.
전부를 설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가지만 깊게 쓰는 편이 나열보다 훨씬 잘 읽힙니다.
두 칸을 갈라두면 분량이 남는 일이 안 생깁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나를 보여주는 것은 같습니다. 겹치는 줄이 몇 줄인지만 세어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